얼마 전에 내린 반가운 봄비를 맞은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푸른빛을 내고 있다. 평강식물원의 암석원에 자리 잡은 고산식물들도 하나 둘씩 꽃을 피어내고 있다.
고산식물(高山植物)이란 센 바람, 혹독한 추위 등 식물이 생육하기에 열악한 고산지대에 적응하여 사는 식물들을 말한다. 고산식물은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털이 많이 나 있고 자기 몸체를 크게 키우지 않아 매우 작다.
대부분 초본류가 분포하지만 간혹 있는 나무들은 기어서 자라거나 누워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석원에도 고산지대에 사는 아주 작은 나무가 있다. 바로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의 높은 지역에서만 자라는 ‘시로미’다.
시로미는 멸종위기에 놓인 식물이라 환경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귀한 식물이기도 하다. 시로미 꽃은 암수가 따로 핀다. 한 나무에서 암꽃, 수꽃이 같이 피기도 하고 암그루 수그루가 따로 구분되어 피는 경우도 있다.
시로미 꽃이 피면 우리 직원들 사이에서는 뉴스가 된다. 꽃이 워낙 작아 여간한 관심 없이는 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고, 개화기간이 짧아 놓치기가 쉽기 때문이다. 수꽃은 붉은 빛이 돌아 화려하고 암꽃은 그야말로 수수하다. 열매는 가을에 까맣게 익는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엽다.
한자로 시로미는 오리(烏李)이고 영어 이름은 크로우베리(Crowberry)로 둘 다‘까마귀의 열매’라는 뜻으로 통한다.
실제로 한라산에서는 시로미가 익으면 까마귀가 모여든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식물원에 있는 시로미 열매의 행복한 주인은 ‘다람쥐’다. 젊음과 생명을 영원하게 해준다는 ‘불로초’로 알려져 있는 시로미는 약초로는 진정, 수렴, 진통, 해열, 이뇨, 두통, 신경계통의 질병, 설사 등에 쓰인다고 한다. 열매는 강장제로 쓰이고 괴혈병에 걸렸을 때 차처럼 달여 먹기도 한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잼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많이 먹으면 취해서 두통이 온다고 피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