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제법 따뜻해진 날씨에 일을 하다보면 땀이 난다. 어떤 분이 오셔서‘나도 이런 직업을 택할걸 그랬나 봐요’라는 말씀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몸은 좀 고되긴 하지만,‘가드너’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 참 좋고 감사하다. 이렇게 식물을 가꾸는 일을 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가끔 어떤 꽃을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때마다 망설임 없이“앵초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앵초류에는 앵초, 설앵초, 큰앵초 등이 있는데, 앵초종류(Primula 속)가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곳은 히말라야의 고산 지대이다. 우리나라 녀석들은 조금 더 따뜻해져야 잎이 나올 준비를 하는데, 고산에서 자생하는 앵초류는 겨우내 상록으로 있는 것도 있고, 이른 봄 벌써 잎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
암석원 입구에 있는 알파인하우스의 앵초류들이 하나 둘씩 꽃대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언제 꽃을 피워줄까 매일 기다렸는데, 드디어‘로세아앵초’가 그 화려한 핫핑크색을 자랑하며 피어났다.
얼핏보면 좀 촌스러워 보이는 색이지만, 앵초 중에서도 가장 일찍 피는 눈에 쏙 들어오는 식물이다. 잎은 1cm 남짓하는 아주 작은 상태에서 50원짜리 만한 큰 꽃을 여러 송이씩 풍성하게 피워내고 꽃이 지고 나면 잎이 5cm가량으로 자란다.
암석원의 연못가에 심은 것 중에 거의 물에 잠기는 지역에 있는 것들만 살아남은 것을 보면 로세아앵초는 다른 앵초류들보다 더 축축한 땅을 좋아하고 반그늘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앵초를 좋아하는 만큼 다양한 종을 수집하고 있는데, 종마다 피는 시기도 다르고 특색이 있는 것들이 많아, 그 꽃들이 필 때마다 앞으로 몇 가지 더 소개할 예정이다. 앵초가 피는 봄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