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김정숙 계약자로의 전화가 왔다. 얼마 전 서울대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고 투병중인 선배언니다. 조직검사 결과서가 나왔으니 가져가란다. 착잡한 마음으로 영북면 문암리로 향했다. 달라진 언니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고통이 심하다는 것은 굳이 듣지 않아도 느낄 만큼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항암치료제 탓에 머리가 하나도 없다. 세상사람 다 보듬고 사시던 분이라 더 안타깝다.
운천에서 포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반대방향에서 오던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프로포즈를 하는 게 아닌가? 피할 겨를도 없는 일방적인 공격이다. 쿵하는 순간 죽었구나 했는데 잠시 후 눈을 떠보니 다시 한 번 쿵 승용차위로 트럭이 한발 올려놓은 상태다. 순간 아찔했다. 이런 게 사고고 이래서 죽는구나.
직업의식인지 주부명예기자단의 기질을 발휘한 것인지 난 차에서 내려서 112에 신고, 보험사에 신고, 사고차량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실제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잠시 후 경찰아저씨들과 동리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사고 수습후 병원으로 왔는데 외상없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점점 상태가 안 좋아져 성베르도 병원 MRI, CT 촬영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
24시간이 모자라는 수많은 업무, 도대체 답이 나오질 않는다. 스케줄은 물론 생활자체가 마비상태다. 몸에 대한 자각증상도 점점 심해지고 상대 S사와의 상반되는 문제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탈모현상에 부기현상, 혈압상승까지. 사고당시 눈을 뜨고 사지 멀쩡하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고 행복감을 느꼈는데 살아오는 동안 병력이 전혀 없어 건강만큼 자부해오던 터라 하늘이 무너진 것도 사실이다.
내가 다친 것도 뒷전이고 아이들이 어머니날 선물로 해준 나의 애마가 부서진 게 더없이 가슴 아프다. 철없이 부모한테 의지하는 자식들이 있는가 하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알뜰하게 모아서 거듭 만류함에도 우리엄마 딸 덕분에 좋은 차 타보라며 우리엄마 충분히 좋은 차 탈 자격 있다며 내 눈시울 적시게 했던 애마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 같은 미안함이, 절박함이 다시금 느껴진다.
예기치 못했던 사고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 모든 것이 순간이다. 시차가 주어진 운명을 가름할 수도 있다 라는 것도 의지대로 안 된다는 것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도 심리상태와 신체의 기능의 리듬이 저하되어 기력도 없고 우울증도 합류해서 가세를 더한다. 해주는 밥 정기적인 물리치료, 꾸준한 약물복용, 장기적인 치료에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별반 효력이 나타나질 않는다. 건강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살아 왔던 터라 잃은 것에 대한 근심 또한 안고 지고 살아가야 한다니 마음도 몸도 천근만근이다.
팽윤성 디스크 판정. 제일 중요한 부분 목 디스크란다. 요즈음 추적60분에서 2주 연속 교통사고에 대한 문제점을 다룬다. 참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사실상 법률이나 상식 면에서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건강 잃은 것이 가장 큰 자산을 잃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산다고 다시 태어난 삶의 연속이라 교통법규와 삶에 규율을 철저히 지키고 나 자신이라도 남에게 고통과 불행을 주는 안전운행에 각별한 조심을 해야겠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무사 안녕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