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봄 앵초가 보송보송한 잎을 낼 때와 부채붓꽃이 만개하여 보랏빛으로 물들 때 멋진 경관을 만들어주는 고산습원(Alpine Bog Garden: 고산지대의 습지)은 그 시절이 지나면 사람들에게 조금 외면당하는 정원이다.
식물원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지라 이곳에서 일하면서도 일부러 올라가게 되지는 않았었는데, 얼마 전 올라간 고층습원에서 가을의 매력을 발견하였다. 붉은 빛, 또는 노란빛으로 물든 나무 서너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잎사귀도 손바닥만 하니 큼직하고 열매는 단풍나무 열매 같은 것이 포도 달리듯 주렁주렁 달려있는 나무, 바로‘산겨릅나무’다.
열매에서 알 수 있듯이 산겨릅나무는 단풍나무 종류이며 고산지대의 계곡에서 잘 자란다. 초록줄기에 하얀 줄이 있는 독특한 수피를 갖고 있어 잎과 열매가 다 떨어진 겨울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황록색의 꽃이 5월에 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서 같이 피기도 하고 따로따로 피어 여자나무, 남자나무로 구분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커피 대신 드셔보라며 차를 건네주었다. 벌나무 껍질을 달인 물이라는데, 산청목이라고도 하고 약재를 파는 봉투에는 ‘간 기능회복’이라고 쓰여 있었다. 식물원에 돌아와 찾아보니 산겨릅나무를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나무의 효능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민간에서도 간에 좋다고 하여 약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좋다는 소문이 있으면 마구잡이로 벌목하는 사람들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어 곳곳에서 산림 내 식물채취를 단속하고 있다.
수형도 아름답고 수피, 열매, 단풍도 아름다워 조경수나 정원수로도 가치가 있는 좋은 나무이다.
 손자은 (평강식물원 가든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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