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그 녀 (I)

마음 주고 정을 준 게 바보였구나
사랑을 한 내가 바보였구나
거짓말인가 정말인가요
날 두고 가신다는 그 말이
기왕에 가시려거든 가슴속에 남아 있는
정마저 가져가야지
처음엔 왜 몰랐을까 이렇게 끝나는 것을
속 다르고 겉 다른 당신........

경쾌한 리듬을 타며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감겨진 눈 밑으로 눈물이 흐른다. 함께한 사람들은 모두 즐겁게 춤을 추건만 그녀는 점점 깊은 추억의 늪 속으로 빠지는 듯 노랫말에 절절함이 묻어난다. 언젠가 비가 몹시 오던 날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자기의 진솔한 이야기를 단편이지만 글을 쓰고 싶다며 그것을 이루지 못 할 땐 내게 짧게나마 자기 이야기를 써달라고 부탁을 했었고 그 후 난 그녀를 잊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에게서 발신지 없는 한 통의 글을 받았다. 혼자 살던 그녀는 우연히 운명적인  한사람을 만났고 처음엔 그저 그런 통상적인 만남 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그의 모든 부분에 매료되기 시작했단다. 봄바람처럼 가슴속으로 파고든 사랑은 불꽃처럼 타올라 용광로 같이 식을 줄 모르는 애모로 이어졌고 그녀는 마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모든 것이 그를 만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으며 앞으로 남은 시간 태양이 사라 질 때까지 함께 하고 싶었단다.
그녀에게 있어 그는 생활 자체가 되어 버렸고 어쩜 하나밖에 없는 아들보다 더 소중하고 소중한 자신의 반쪽처럼 느껴졌으며 그가 아플 땐 자기의 아픔이상으로 아팠단다.
그 역시 그녀에게 최선을 다 해 그녀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인생의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고 사랑의 아름다음과 기쁨, 살아 있는 자체에 감사함과 고마움을 갖게 해 주었단다. 그녀는 참으로 행복했고 정말 후생이 있다면 다시 여자로 태어나 그의 배필이 되어 천년만년 살고 싶다고 염원했다. 그들은 부족한 부분을 나누었고 이해했으며 배려하며 많은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공유했다. 그간 함께 했던 많은 순간 순간들을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밤하늘의 별처럼 지속되기를 그녀는 간절히 소망했지만 인간의 마음은 흐르는 물과 세월처럼 영원하면서도 또한 머물지 못하는 것이련가? 어느 날 그는 느닷없이 그녀에게 별리를 선언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단다.
그녀는 망연히 서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응시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단다. 그런데 지금도 그녀는 알 수 없단다. 왜 그가 별리를 선언했으며 또 그녀는 그냥 그렇게 그를 보냈는지........
아마도 그녀는 그와의 별리는 용서가 되어도 사랑이 퇴색되고 시들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차마 자신이 견딜 수 없었음이리라. 그녀는 그를 만난 것은 진정 행운이었고 행복이었으며 무조건 좋았고 무작정 사랑한 것에 아무런 후회도 여한도 없다면서 추억이 아름답게  살아 있을 때 미련 없이 떠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