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희=칼럼] 포천에 자리한 안준생(安俊生)의 묘(墓)

	이중희/ 포천신문사 고문

1909년 10월 4일 이등박문은 둘째 아들을 집으로 불렀다. 이등박문은 조선 강제 합병을 러시아로부터 양해 받기 위해 만주로 떠나기로 돼있었고, 공무원인 아들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려 던 참 이였다. 이등박문은 정실 아내와의 사이에선 딸만 둘울 낳았다. 아들 둘은 하녀와 기생에게서 얻었다. 그러나 3주 뒤인 10월 26일 이등박문은 하얼빈에서 우리의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됐다.

안 의사가 총을 쏘고 "꼬레아 우라(대한국 만세)" 를 외치는 순간 안 의사의 아내 김아려(金亞麗)님의 뱃속에선 6개월 된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그가 바로 둘째 아들 준생이었다. 안 의사의 거사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잠자던 중국인들의 항일 의지를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그때부터 가족들은 고통 속에 살아야만 했다.

안 의사의 큰 아들 분도는 일곱 살 때 일본 밀정이 준 독이 든 과자를 먹고 죽었고, 안 의사의 동생 공근은 독립 운동을 하다 충칭에서 실종됐다. 사촌 형 명근은 105사건 주모자로 몰려 10여 년 옥살이 끝에 병을 얻어 죽었다.

반면 이등박문의 아들들은 아버지 장례식 날 남작 작위를 받았다. 안 의사의 둘째 아들 준생과 이등박문의 둘째 아들이 만난 일이 있었다. 우연을 가장했지만 총독부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 1939년 상하이에서 잡화상을 경영하던 준생이 일본 형사에 의해 가리게 차에 태워져 도착한 곳은 이등박문을 기리기 위해 일본이 지은 서울 박문사, 지금의 신라호텔 자리를 찾았다. 준생은 어데로 가는지도 모르고 온 것이었다.

이때 이등박문의 둘째 아들 이토 분키치도 박문사를 방문했다. 우연을 가장해 만난 자리에서 안준생은 이등박문의 아들에게 "우리 아버지가 너희 아버지를 죽인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라고 사과했던 모양이다. 이것을 일본 신문들은 안 의사의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했다." 라고 선전했고, 이등박문 아들이 "나의 아버지도 당신의 아버지도 지금은 부처가 돼 하늘에 있으니 사과는 필요 없다." 라고 대답했으며, 이것을 일본은 '원수를 넘은 따뜻한 악수" "완전한 내선일체(內鮮一體)' 라고 크게 선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백범 김구 선생은 노발대발하시며 안중근 의사의 애국거사가 못난 아들 준생으로 인하여 훼손되었다 하시며 암살 지령을 내리셨다고 한다. 그러자, 일본은 안준생을 보호 하며 경호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부끄럽고 씁쓸한 역사란 말인가. 외무차관이던 이등박문의 외 고 손자인 마쓰모토 디케아키는 그가 2011년 3월 9일에 외상이 됐었다. 같은 해, 같은 날, 안 의사의 손녀 연호씨가 미국에서 결혼도 않고 쓸쓸히 살다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렸었다.

마쓰모토 외상은 이등박문의 둘째 딸의 피를 이었다. 연호씨는 준생의 1남 2녀 중 작은 딸이었다. 뤼순에 있는 안 의사 유해 찾기가 17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는 유해 발굴에 결정적인 자료가 많을 것이다. 일본의 협력을 구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안준생의 묘는 우리 포천에 자리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포천시의 명예와 관광 자원화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만 할 것이다. 이제 아픈 과거사를 극복하고 일본과 건전하게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중희/ 포천신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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