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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90

"벼락부자"에 대하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4년 04월 01일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어린나이에 역병으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순둥이는 부모님이 남긴 논 서 마지기 문서를 들고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변변치 못한 외삼촌은 허구한 날 투전판을 쏘다니더니 금쪽같은 순둥이의 논 서 마지기를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열일곱살이 된 순둥이는 외삼촌 집을 나와 아랫마을 오씨네집에서 머슴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한 순둥이를 모진 세상은 끊임없이 등쳐먹었습니다. 머슴으로 죽어라 일을 해주었지만 계약한 3년이 꽉 차자 오씨는 이런저런 핑계로 새경을 반으로 깎아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관청에가서 고발 하라고 했지만 마음착한 순둥이는 관가로 가다가 발걸음을 돌려 주막집에서 술을 퍼마시고 분을 삭였습니다.

반밖에 못 받았지만 그 새경으로 나지막한 둔덕산을 하나 샀습니다. 골짜기에 한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밤낮으로 둔덕을 일궜습니다. “땅만은 나를 속이지않겠지...!” 생각하고 순둥이는 이를 악물고 잡목을 베어 내고 바위를 굴려내고 돌을 캐냈습니다. 한 뼘 한 뼘 밭이 늘어나는 게 너무나 기뻐 어떤 날은 달밤에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남은 새경이 바닥날 때쯤 한 마지기 남짓 일궈 놓은 밭에 조와 메밀을 심어 양식을 하고, 겨울이면 읍내에 가서 엽전 몇 닢에 남의 집 통시를 퍼 주고 그 똥통을 메고 와서 밭에다 뿌렸습니다. 언 땅이 녹자마자 또다시 화전밭을 일구기를 5년이 지나자 둔덕산은 번듯한 밭으로 변했습니다.

그해 봄, 순둥이는 콩세 가마를 장리로 들여와 밭에 심기 시작했습니다. 콩을 심는 데에만 꼬박 열흘이 걸렸습니다. 콩을 다 심고 나서 순둥이는 주막으로 내려가 술을 마셨습니다. 부엌에서 일하는 열아홉 살 주모의 질녀 봉선이를 점찍어 두고 가을에 콩을 추수하면 데려다 혼례를 올리겠다고 마음먹었고 주모의 귀띔도 받아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시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지신명님 감사합니다...!” 순둥이는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절을 했습니다. 비는 땅 깊숙이 스며들어 흙속의 생명들을 일깨웠습니다.

며칠 후 노란 콩의 싹들이 올라와 떡잎을 활짝펼쳤습니다. 콩은 쑥쑥 자라 한여름이 오기 전에 땅을 덮었습니다. 겨울마다 똥지게로 퍼 나른 인분을 먹고 콩잎은 싱싱하게 팔을 벌렸습니다. 가을이 되자 콩잎은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고 포기마다 주렁주렁 큼지막한 콩깍지만 남았습니다.

순둥이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순둥이는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기 시작했습니다. 달이 뜰때까지 일을 해도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이모가 이거 갖다주라고 합디다...!” 봉선이가 노란 저고리를 차려입고 한 손엔 막걸리 호리병, 또 한 손엔 부침개와 찐 고구마를 들고왔습니다.

순둥이는 봉선이를 꼭 끌어 앉고 “봉선아, 나는 부자여. 이 콩이 마른 후 타작을 하면 스무 섬은 나올 거야. 순둥이는 어머니의 젖냄새 같기도 하고 아버지 등짝에 업혔을 때의 땀냄새 같기도 한 흙냄새와 함께 봉선이의 냄새를 간직했습니다.

순둥이는 흙을 한 움큼 쥐고 소리쳤습니다. “봉선아, 이건 황금이여...!” 옷매무새를 고쳐 입은 봉선이는 부끄러운 듯 빈 호리병을 들고 휑하니 가 버렸습니다. 가을이 되어 순둥이가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아 올린 콩더미가 집채보다 더 커졌습니다. 뜨거운 가을볕에 콩은 말라 갔습니다. 콩깍지가 저절로 벌어질 때쯤 멍석을 대여섯 장 깔고 타작을 할 참이었습니다. 

콩타작을 하루앞둔 어느날 순둥이가 주막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르릉 쾅~ 짜자자 짱~!!!" 하늘을 찢고 땅을 가를 듯이 마른번개가 너댓 차례 쳤습니다. 이때 주막으로 들어서는 동네사람이 “순둥이 여기 있는가? 빨리 나와 봐...!”라고 외쳤습니다. 고함 소리에 뛰쳐나간 순둥이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멀리 둔덕에 쌓아 둔 콩더미에서 연기가 치솟는 것이였습니다.

순둥이가 달려가고 동네 사람들이 뒤따랐지만 마른 콩더미의 불길은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까만 숯덩이만 남은 둔덕에서 순둥이는 짐승처럼 울부짖었습니다. “사람도 나를 속이고, 하늘도 나를 속이는구나~!!!” 장래를 약속한 봉선이도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동네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순둥이는 목을 매려다 봉선이가 입덧을 하는 통에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술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검은 두건을 쓰고 긴 수염을 늘어트린 채, 옥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노인 한 분이 주막으로 순둥이를 찾아왔습니다.

“여기에 혹시 벼락 맞은 콩 주인장 계시오? 소문을 듣고 찾아왔소이다...!”하는 것 이였습니다. 순둥이가 나가자, 범상치 않은 그 노인은 새까맣게 탄 콩 한 자루를 쓸어담아 달라고 하고서는 데리고 온 사동의 등에 얹었습니다...! "그리고 급히 오느라 준비해 온 돈이 이것뿐이라 미안하오.

벼락 맞아 불에 탄콩은 자고로 진귀한 명약이요. 내 이것으로 시험해 보고 다시 꼭 오리다.” 그가 떠난 후 받은 전대를 열어 본 순둥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콩 스무섬값이 넘었습니다. 그후 소문을 듣고 전국 팔도강산의 명의들이 쉼 없이 순둥이를 찾아왔습니다.

순둥이는 새까맣게 탄 콩 가마니를 쌓아 두고 찾아온 의원들에게 비싼값에 팔았습니다. 벼락 맞은 콩은 욕창, 등창, 문둥병 특효약이라고 전국에 소문이 났습니다. 동짓달 스무이레, 그날은 봄날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동네 잔치판이 벌어졌습니다. 순둥이와 배가 살짝 부른 봉선이의 혼례날이었습니다.

그 후 순둥이가 벼락 맞은 콩을 팔아 갑자기 부자가 된 것에서 유래하여 '벼락부자'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과 같이 지금의 화가 바뀌어 복이 되는것이 인생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순둥이에게 찾아왔던 행운이 곧 찾아올 것입니다.

김남영/ 포천신문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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