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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칼럼] 초야권(初夜權)이야기


포천신문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03일
 
ⓒ 포천신문 
“프랑스 혁명은 이미 보마르세((P. Beammarchis)에서 시작되었다.” 이 말은 마차가 자갈길을 삐그덕 거리면서 기어가듯 프랑스 혁명의 역사가 지지부진할 즈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보마르세가 무엇이기에 나포레옹은 그런 말을 했을까? 보마르세는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원작자다. 그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로렌초 다 폰테가 오페라로 만들고 모차르트가 작곡함으로써 유명해진 오페라다. 이 작품의 공연이후 5년만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것을 두고 사람들은 이 작품이 프랑스 혁명을 일으키는 데에 한몫을 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나폴레옹 역시 어쩌면 이 오페라를 보고나서 이 작품이 바로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으로 이해하고 그 처럼 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시대의 부조리와 권력의 잔혹함을 연극이나 노래로 신랄하고도 대담하게 풍자한 작품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봉건 영주로 있는 백작이 휘하에 있는 남녀하인들의 결혼에 초야권을 행사하기 위해 차려놓은 덫에 걸리지 않으려고 꾀를 쓰는 신랑신부들의 노력이 눈물이 날만큼 경쾌하게 전개되는 것을 본다. 오페라상으로도 초야권(jus primae noctis)은 이미 폐지되었는데도 무리하게 백작은 초야권이 마치 자신의 권리인 것처럼 신부방 옆에 방을 따로 하나 마련해 놓고 음심(淫心)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이 들통나면서 부터 전개되는 장면 하나하나가 희극으로 장식되는 코미디 오페라다.

이 작품은 당시의 몽떼스꾸에나 루쏘와 같은 사상가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프랑스에서는 공연이 금지되었던 작품이다. 그런데 어느날 엉뚱하게도 마리 앙뜨와네트의 허여로 파리극장에서 공연되기에 이른 것도 대단히 희극적이다.

역사나 작품을 읽다가 보면 언제나 문득 문득 의문나는 부분이 생긴다. 못된 버릇인줄 알면서도 나는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평생 몸 안에서 키워오고 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도 마찬가지다. 초야권 얘기다. 오페라 해설상으로는 초야권은 백작스스로가 폐지하였다고 나오지만 실제 초야권이란 허구일 뿐 역사적으로는 존재해 본적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도 왜 그 토록이나 오랫동안 많은 예술작품에서는 봉건 영주들의 특권의 하나로 초야권의 존재를 사실처럼 그리고 있을까? 나폴레옹조차도 믿도록 말이다. 멜깁슨이 주연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에서도 초야권 얘기가 나온다. 물론 이 영화는 스코트랜드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영화이지만 영국 왕이 스코트랜드 영주들에게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초야권을 부활시켜 주었다는 내용도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역사적으로 초야권은 실재했다고 믿기에 충분한 영화였다는 얘기다.

작품들은 초야권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전문가들은 서영역사에서는 분명히 실재한 사실이 없다고 누누이 설명하는 사람(김응종)도 있어 어떤 것이 진짜 진실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초야권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비록 기생이라는 특수한 직업군(職業群)에 국한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시중에서는 흔히 “머리 얹는다”는 말로 은유하였을 뿐이다. 그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조선시대의 결혼식은 머리 얹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선의 기생은 단순한 화류계의 여인은 아니었던 듯하다. 해어화(解語花) 즉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 꽃”이라고도 불렀다. 여염집 아낙네는 남의 말귀도 못 알아듣는 여인이었기에 이들과 구분하기 위해 부른 별칭이었던 것일까? 그럴는지도 모른다. 기생으로 나아가는 길은 여염집 처녀와는 사뭇 다른 훈육의 길이었다. 10세 안팎의 나이에서부터 시서화(詩書畵)와 가무음곡(歌舞音曲)을 배우면서 자라기 마련이다. 그래서 “양반의 머리에 천민의 몸”이라는 색다른 해설이 기녀들에게는 따라다녔다.

조선조 풍속화가로 유명한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의 그림 중에 <삼추가연(三秋佳緣)>이라는 그림(간송미술관 소장)이 있다. 상투를 틀어 올린 젊은 사내가 위통을 벗어부친 채 손에는 장죽을 쥐고 앉아 머리를 길게 땋아 느러뜨린 처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그 처녀는 무슨 훈계를 듣거나 지시를 받는듯한 자세로 다소곳이 앉아있다. 그 가운데에 있는 노파는 사내에게는 술잔을 권하면서 처녀에게는 인생은 다 그런거다라는 식의 무슨 위로의 말을 하는듯한 모습이다. 뒷 배경에는 국화가 만발이다. 이 그림이 바로 초야권을 사고 파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조선조의 초야권은 사거나 팔기도 했다니 서양에서의 초야권과는 그 의미내용이 전연 다른 것도 사실이다. 서양의 초야권은 봉건 영주의 특권으로 이해되는 것이었고 조선의 것은 무슨 티켓처럼 사거나 전매도 가능했던 것같다. 대신 몇 가지 전제가 뒤따랐다. 처녀가 상당기간 먹을 수 있는 양식거리를 장만해 주어야 하고 입을 옷 한 벌과 원앙금침 한 채는 반드시 해 주어야 했다고 한다. 이는 곧 어느 정도의 살림밑천을 마련해 주도록 배려 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보면 서양의 초야권은 영주의 것이지만 조선의 초야권은 여인의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같다. 팔 수 있는 권한은 오직 여인만이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집안 형편이 어려워 기생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여인에게 초야권을 갖게 함으로써 한 인생의 출발을 여유롭게 하도록 하자는 속셈도 옛 선인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면 자칫 성매매를 찬양하는 말이라고 구박받을 소리라고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왕에 있는 제도로 본다면 서양의 것은 비인간적이고 조선의 것은 좀 더 인간적인 것이라고 말해도 별반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싶다.

(참고로 그림의 오른쪽 어깨에 쓰여져 있는 칠언절구 한시(漢詩) 한수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秋叢繞舍似陶家(국화꽃으로 둘러 싸였으니 도연명의 집이런가)

遍繞籬邊日漸斜(빙 두른 울타리에 해는 기우는데)

不是花中偏愛菊(꽃중에서 유독 국화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此花開盡更無花(이 꽃 다 지고 나면 다른 꽃은 없다네). -이상원 역.

원래 이 시는 당나라의 시인 원진(元稹)이라는 사람의 시 <국화>라고 한다.)

농암 김중위 / 전 사상계편집장, 환경부 장관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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