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선비정신·1

본지는 갈수록 인명경시 풍조 등 정신적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는 현 시대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과거 우리 조상들의 아름답고 질서 있는 정신상태를 배우고 익힘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의 선비정신’을 연재하고자 한다. 필자는 포천지역사회에서 30여년간 교직생활을 통해 우리사회의 귀감이 되었고 경기도교육위원으로서 포천교육발전에 이바지한 바 있으며 각종 글을 통해 시대의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 이효종 포천한시사 대표다.   편집자주

이 효 종
포천한시사 대표

선비란 어원적으로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선비의 덕성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은 삼국시대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2세기 말엽 고구려의 재상 을파소(乙巴素)는 출세의 도리를 명백히 하여 선비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삼국사회가 발전하면서 태학 및 국학의 설립으로 유교이념의 교육과 전문지식인으로서의 선비활동은 뚜렷한 궤적을 남겼다. 탁월한 문장가이자 외교의 큰 역할을 한 강수(强首), 이두를 지은 설총(薛聰), 당나라에 까지 이름을 떨친 최치원(崔致遠) 등에서 우리는 선비의 올바른 태도와 본분을 엿볼 수 있다.

고려때에는 교육제도가 정비되고 선비들의 공직활동도 확대되었으며 선비의 양성도 더욱 활성화 되었다. 특히 고려말 안향과 백이정 등에 의해 중국으로부터 성리학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학풍과 학통이 형성되었다. 이어서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는 학문이나 의리중에서 선비의 모범으로 존숭되었다.

조선조에 이르러 성리학을 건국이념과 통치철학으로 정립함으로써 선비들이 마침내 정치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보통 떠올리게 되는 선비상은 이 시기 선비들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끊임없는 학문연구와 수련으로 자질을 갖춘 선비가 인간의 마땅한 도리를 실천함으로써 선비사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비는 사회의 양심이자 지성이며 인격의 기준이 되었다. 또한 각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적 지도자이자 지성인으로 책임을 감당해 왔다. 전통의 선비상은 현실적인 욕구를 넘어 보다 높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여 왔다.

조선시대 아동교육 교재였던 동몽선습(童蒙先習)의 첫구절은 다음과 같다. 하늘과 땅사이 만물중에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다. 사람이 귀하다고 하는 이유는 오륜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 가장 값이 높은 것은 인간이라는 뜻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보다 가치가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사람의 생명은 가장 귀중한 것이다. 인간의 존재가 왜 높은 값을 받게 되는가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륜 즉 윤리도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판단을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일에서부터 평생을 좌우하는 큰 일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판단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 판단에 가치관이 기준역할을 하게 된다. 돈을 따르느냐, 의를 따르느냐, 사랑을 따르느냐, 돈을 택한 사람은 물질에 더 가치관을 둔 것이고 사랑을 취한 사람은 사랑에 더 가치를 둔 것이고 의리를 따르는 사람은 의리에 더 가치를 둔 것이다.

선비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되고 오직 의(義,正義)의 잣대에 의한 값을 매겨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의경재(重義輕財)란 말이 있다. 정의를 중히 여기고 재물을 가벼이 여기라는 뜻이다. 정의와 재물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정의를 택해야 한다. 견위치명(見危致命)이란 말도 있다.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던진다는 말이다. 국가의 위기 또는 정의의 위기를 당하면 목숨을 던진다는 말이다.

조선왕조가 망국의 막을 내릴 때 당시의 선비 송병선은 제국주의 일본의 강압에 의해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향리인 충청도 회덕에서 임금께 매국노를 규탄하는 격렬한 내용의 상소를 했다.

“나라는 비록 망하더라도 의가 망해서는 아니 됩니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멸망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민족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정의가 살아있다면 한때 국가는 멸망하더라도 민족이 살아남아서 다시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왕과 조정대신들의 대오각성(大悟覺醒)과 전 국민의 궐기를 촉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였다. 그 유서중에 마땅히 죽어야 할 때 살아있다면 살아있어도 죽은 것이고 마땅히 죽어야 할 때 죽는다면 죽어도 살아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선비의 후예이다. 우리 모두 마땅히 선비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우리 모두 선비로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문제점이 있다. 새 것을 좋아하고 기이함을 숭상하며 우리 것을 업신여기고 남의 것을 배우기에 급급하다는 문제가 있다.

나라에서도 국사교육을 소홀히 여겨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국사교육을 폐지하고 고등학교에서 사회과목에서 더부살이 하더니 그나마 선택과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우리 국사를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라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자기 조상에 대한 역사도 캄캄하여 누가 물으면 아예 입도 벌리지 못하고 딴전만 피우다가 외국역사에 대해 말하게 되면 신바람이 나서 바다건너 멀고먼 불모지까지 마치 손바닥을 들여다 보고 말하듯 소상하게 설명하며 그칠 줄 모른다. 도대체 이게 무슨 병폐인가?

우리나라 역사학회 사학자, 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끈질긴 건의로 당국에서 역사교육을 재검토하겠다는 시사가 있었다. 만시지탄은 있으나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필자는 역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역사도 알고 우리 민족정신인 선비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시리즈로 “한국의 선비정신”이라는 제하의 한말의 사학자 강효석(姜斅錫)이 편찬한 조선조 태조에서부터 고종에 이르기까지의 일사기문(逸事奇聞)을 수록한 대동기문집(大東奇聞集)을 중심으로 연재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의 역사, 선인들의 지혜, 선인들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다행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