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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이슈 진단] 프라이버시 Vs 알권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3년 07월 18일
↑↑ 이정훈 대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
ⓒ (주)포천신문사
최근 아나운서와 결혼한 여가수의 가족사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성공적인 연예 활동을 하면서도 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가수의 복잡한 가족사의 공개는 결혼이라는 이슈와 맞물리면서 해당 가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여러 매체에서 경쟁적으로 다루었다. 해당 가수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공식적으로 반발하면서 언론은 확인 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단정적으로 보도하거나 취재한 사실 이외의 주변 사실까지 추측해서 보도하거나, 부모나 일가친척 또는 친구, 심지어 피해자의 사생활까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보도하였다. 여가수 측의 공식적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보도가 이루어지고 많은 이야기들이 “떠다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도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언론이 과연 어디까지 ‘보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면 제한으로 인해 보도 사안을 뉴스 가치의 우선순위로 결정하고 ‘황색 저널리즘’ 혹은 이러한 가십성 뉴스는 상대적으로 뉴스가치가 높지 않으니 보도하지 않아야 된다고 결론을 내릴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사례는 보다 복합적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언론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 대한 사실을 수집하여 공표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원활하게 일상생활을 향유하고 정치적, 사회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감시기능’을 수행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일반 시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사건, 사고 등에 관하여 알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언론의 보도는 일반적으로 공공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를 법률적으로 보호하고 언론의 보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금기시하고 있다.

하지만, 독자의 알권리를 강조한 많은 ‘특종 보도’가 법원의 공정한 재판에 앞서 '여론재판'을 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든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공적 사회적 제도인 사법제도와 유사 공적 제도인 언론과의 마찰은 오랜 동안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오고 있다. 더욱이 언론 보도는 언제나 관계인들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뉴스 제작 방식과 유통방식에서 비롯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보도 관행으로 인해 인격권 침해와 관련자의 사생활 침해를 초래하는 경향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와 보도 관행에 대한 방어막의 개념으로 제시되기 시작한 프라이버시 (privacy) 개념은 19세기 후반에 제안되기 시작했고 1970년대 각 국마다 구체적인 법의 형태로 확립되었다. 흔히 ‘혼자 있을 권리’ 정도로 많이 인식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사적 공간을 포함해서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의사소통의 내용의 비밀이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자신의 개인 정보에 대한 배타적 통제권을 지닐 권리를 포함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여가수의 경우의 보도는 사실의 진실 여부를 불문하고 관련 당사자들의 프라이버시 같은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고 그 피해의 정도가 매우 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언론사에서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보도에 대한 지적에 대해 ‘공인’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법률적으로 관습적으로 광범위한 개인 정보의 노출과 보도를 허용하는 ‘공인 (公人)’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애매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인(私人)의 반대어로서 공인은 현실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공인이라는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중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객관적으로 공인이라고 구분되는 경우도 있고 본인 스스로 공인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는 경우도 많다.

공인이라는 개념은 서구적인 표현을 빌리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흔히 공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공식적으로 선거로 선출되었거나 대표성을 가지고 사회나 국가에 관련된 일을 하는 public figure와 대중매체의 주목도가 높은 celebrity로 보다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사회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public figure와 celebrity는 유사하지만, 공인이 되기 위해 획득해야 하는 법률적인 자격이나 책무의 유무와 도덕성을 반드시 검증받을 강제성의 유무의 차이는 두 개념이 매우 다른 범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public figure에 대한 보도의 방식과 celebrity에 대한 보도의 방식은 반드시 구별되어 져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언론은 공인이라는 개념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혼동해서 사용하면서 언론이 수호해야 할 사생활 보호하는 의무를 무시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 자극적인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보도 관행에 대한 성찰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보도 방식은 단기간 관심이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보도에 대한 신뢰도를 약화시키고 뉴스의 질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언론의 자유’ 보도 관행은 직접적으로 해당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도덕적이고 법률적인 반발을 초래함으로써 언론 자체의 위신을 추락하게 될 수 있다. 물론, 많은 경우, 언론의 도움의 받는 직업의 성격상 현실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언론사 자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극적인 보도를 방패삼는 많은 진짜 ‘공인’에 대한 감시가 약해지는 것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정훈 대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3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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