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0-11-28 오후 04:29:4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칼럼종합

[박창진 칼럼] 라면 형제와 코로나 19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1일
 
ⓒ 포천신문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을 앞두고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하는 두 건의 일이 벌어졌다. 그 하나는 소위 “라면 형제”라고 명명된, 엄마가 없는 밤에 라면을 끓여 먹다가 생긴 참변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모녀가 숨진 지 보름쯤 지난 후 발견된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딱히 코로나 19 탓만은 아니겠지만 이웃과 단절된 세태에 근거했을 수 있다. 라고 하는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라면 형제의 상황을 보자
9월 14일 오전 11시경 인천의 한 빌라에서 8살과 10살 짜리 두 형제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던 중 화재가 발생하여 형제가 모두 전신 화상을 입었다. 형은 전신 40% 화상을 입었고 동생은 1도 화상을 입었지만, 장기 등을 다쳐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아이들은 불이나자 119에 전화를 걸어 다른 말은 하지 못한 채 “살려주세요”라고만 다급하게 반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불이 난 곳을 찾아 10여 분 만에 진화를 했다. 당시 형을 먼저 발견한 소방대원의 말에 의하면 “형이 마지막까지 동생을 구하려고 책상 아래로 이불을 밀어넣었다”고 급박 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황으로 볼 때 불길이 번지자 10살 형은 곧바로 동생을 감싸 않으며 그로 인해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으면서 장기에 손상을 당하게 된 것이고 동생은 형 덕분에 상반신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노출된 다리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셋이서 사는 이들 형제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매달 16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고 어머니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집에 둔 채 일을 나가야만 했다고 한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각종 SNS에서는 큰 방향을 불러 일으켰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흐느껴 울었습니다“ ”가엾은 어린 영혼들, 태어나서 한번이라도 행복한 적이 있었을까요? 행복이 무언지는 알았을까요? 두 아이에겐 서로가 너무 큰 의지가 되었을 것 같네요. 아이들아 제발 행복해 다오“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너무 가엾어서... 혹 내일 자고 일어나면 꼭 좋은 소식 들을수 있길“ ”살아나라, 살아나라, 제발“ ”동생을 이불로 가려주는 형의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이 난다“ ”얼마나 뜨겁고 무서웠을까“ ”진정 신이 존재한다면 아이들이 회복되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발...“과 같은 슬픔과 형제를 향한 간절한 소망을 담은 댓글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처음에는 형제가 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고로 세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사건은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정황이 조금씩 나오면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년 전 형제가 방임으로 학대를 받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 된 이래 학대신고가 무려 세 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올해 5월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되자 그동안 상담을 진행해오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아이들을 ”어머니에게서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하고 경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엄마가 우울증과 불안증세를 보이고 경제적인 형편상 계속적인 방임의 가능성이 있어 형제를 제대로 돌볼 수 없으니 “아동보호시설”에 위탁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엄마와 살고 싶다고 말했고 법원도 “격리보다는 상담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해 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신 각각 6개월, 1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명령했느나 코로나 19 탓에 실제 상담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년 전 형제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처음 들어왔을 때 신고내용은 “아이들이 방임되고 있다”는 것이였다.

1년 뒤 두 번째는 “집안 청소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였고, 이번 화재가 났을 때는 어머니는 전날부터 집을 비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관리 중이던 아동학대 사례를 수사, 또는 법원·결정 단계로 넘기는 것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 기인된다. 즉 법적인 처분 없이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법으로 다뤄야 할 만큼 급한 처분이 필요하거나 학대수준이 위험한 단계에 다 달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엄마는 학교에서 정규 공부가 끝난 후 연장해서 아이들을 봐주는 “돌봄교실”도 지역아동센터의 방과 후 교실도 거부했다고 한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올해 4월 초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확산 된 2~3월 사이에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접수가 2018년 동일 기간과 비교해서 13.8%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동학대 중 “방임”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5월 15일자 포천 신문 박창진칼럼 참조)

문제는 “국가 아동보호안전망의 무기력함”이다. 아이들은 2018년부터 “드림스타트”대상자로 관리를 받고 있었지만 1년에 2차례, 집중사례자인 경우 4차례 방문하는 정도 가정방문하여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아동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하나. 9월 5일 마산회원구의 한 원룸에서 “세입자가 보이지 않고, 심하게 썩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엄마(52세)와 딸(22세)이 숨진 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 부검결과 두 사람은 약 20일쯤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 등 타살 혐의점이 없고, 독극물 등의 반응이나 유서도 나오지 않아 자살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엄마가 돌연사한 뒤 딸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숨진 엄마는 딸을 낳은 후 남편과 이혼한 뒤 2011년 부터 정신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았고, 딸은 이때부터 한 복지시설에 입소했다. 이 시설의 기록에 따르면 딸은 당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엄마와 분리되어 들어왔으며 만 19세가 된 2017년 보호시설에서 년령 만기로 퇴소해야 했지만 보호시설에서는 자립능력이 약하다고 판단하여 퇴소 유보를 하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18년 엄마의 요구로 보호시설을 나와 모녀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엄마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활비를 벌었고 딸은 이웃이나 지인들과의 교류 없이 집안에서만 생활했다고 한다. 경찰이 집에 들어갔을 당시 20kg들이 쌀이 15포대가 쌓여있었고 밥통에는 부패한 밥이, 냉장고에는 반찬이 있었다고 한다.

또 한 딸이 있었던 보호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딸의 장애등급이 6급 정도로 매우 가벼운 수준이고, 시설에서 요리방법이나 일상생활등을 해왔기 때문에 쌀과 반찬이 있는데 아사했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덧붙여서 ”시설에서는 조금 더 보호하고자 했으나 엄마가 강압적으로 퇴소를 진행했다“며 친권이 있는 엄마와 퇴소를 요구할 때 시설 측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딸이 가정으로 돌아간 뒤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시설 관계자는 “우려 했던 부분”이라고 말하며, 시설 보호를 받던 딸이 명절에 가정 방문을 하고 돌아오면 행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국과수 부검결과 부패정도가 심해 “사망 원인 불능”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들 모녀의 죽음을 보며 2018년도 4월 있었던 “증평 모녀 자살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네살 바기 딸과 함께 자살한 사건이다. 모녀는 숨진 지 두 달쯤 뒤에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4년 전인 2014년 이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 줬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서울 송파구 지하실에서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이 생활고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유서에서 “미안하고 죄송하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현금 70만 원을 봉투에 남기며 마지막까지 세상에 대한 도리와 자존감을 간직했었다.

세 모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축한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위 “세 모녀 법”이라는 법 개정을 하였다. 그것은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한 맞춤형 급여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법 시행의 기준을 보면 증평 모녀와 송파 세 모녀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기준이었고 긴급하게 지원되어야 할 위기 가정들은 복지 대상자로 선정되기에는 그 턱이 너무 높다.

올해는 코로나 19가 매우 다양한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라면 형제의 경우도 학교를 갈 수 없었기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이어서 스스로 식사를 해결 할 수밖에 없었기에 사고가 났고, 마산의 모녀 사망사고 또한 사람들이 서로 이웃에 관심을 둘 수 없는 상황적 현실이 이런 비극을 불러 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인이 어디에 있었던지 국가가 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복지 사각지대의 보호망이 더 촘촘하게 운영했다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틈만 나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여 돕겠다고 하지만 과연 이 시스템이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세밀히 살펴볼 일이다. 그리고 전 국민에게 준다는 통신비 같은 이벤트성 정책을 속히 거두고 실질적으로 죽음의 문턱에 내몰려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박창진 / 꿈이 있는 마을 원장,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1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13,805       오늘 방문자 수 : 9,510
총 방문자 수 : 39,837,945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도 포천시 해룡로 130-38(동교동 213-4) 고은빌딩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 mail: pcn90@unitel.co.kr / Tel: 031-542-1506~7 / Fax : 031-541-911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다50007 / 등록일 : 2000년 8월 18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