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18-10-23 오전 10:01:0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칼럼종합

[김유권의 언어 산책] 원초적 본능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8년 07월 18일
 
ⓒ 포천신문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본능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생물학적인 본능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배가 고프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밥을 먹으면 화장실을 가고 싶고, 졸리면 눈꺼플이 감기고 하는 현상 등이 생물학적인 본능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로 본능을 지닌듯하다. 오늘은 이 무더운 언어 산책로에서 언어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 본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미 스티븐 핑거라는 유명한 언어학자는 ‘언어 본능(Language Instict)’이라는 책을 통해 ‘언어는 본능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즉 그는 언어가 ‘진화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언어의 본능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성’이 가장 대표적인 본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경제성’이란 좋은 표현일 뿐,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게으름을 싫어하는 데서 발생하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은 바로 대용(代用)표현이다. 대명사를 이용하여 앞에서 사용한 표현을 대신 간결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대용표현이다.

(1). 오늘 학교에서 오는 버스에서 정말 얼굴이 김태희처럼 예쁜 애를 봤어.
(2). 그래? 그녀가 어디서 내리던?

위의 대화 (1)과 (2)에서 사용된 표현 방법이 바로 대용표현이다. (1)에서 ‘얼굴이 김태희처럼 예쁜 애’를 (2)에서 ‘그녀’라는 말로 한 단어로 대체해서 받고 있다. 대명사가 탄생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대용표현이라는 경제성을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은 이러한 대용표현이 대명사가 아닌 그 단어가 표함하고 있는 속성에 기인한다.

(3). 와! 오늘 운동장에서 축구하다가 정말 메시같은 초등학생을 봤어.
(4). 그래봐야 초등학생일 뿐이야!

위의 대화 (3)과 (4)에서는 ‘메시’라는 인물의 이름과 ‘초등학생’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것 역시 일종의 대용표현으로서 ‘메시=축구를 매우 잘 하는 인물’, ‘초등학생=기초적인 수준의 실력을 지닌 솜씨’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예(3)의 ‘초등학생’은 말 그대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어린 학생을 지시하는 기능을 할 뿐이다. 언어의 이러한 대용 양상은 모두 다 경제성이라는 본능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긴 표현을 또다시 사용해야 하는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서다. 인간은 누구나 귀찮은 것을 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다. 언어에도 바로 이러한 본능이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귀찮은 것을 피하고 여기에 재미까지 덧붙인 언어의 본능 가운데 ‘줄임 표현’이라는 것이 요즘 대세다. 앞서 언어 산책에서 ‘야민정음’을 통해 소개했듯이, 요즘의 젊은 층들 사이에서 아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법이다.

(5). 갑분싸
(6). 요즘 놀토가 없다면서?
(7). 야. 빨리 들어가. 국쌤은 출첵 빨리 하시잖아.

(5)의 ‘갑분싸’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의 줄임 표현이고, (6)의 ‘놀토’는 ‘노는 토요일’의 줄임 표현이며, (7)의 ‘국쌤’은 ‘국어선생님’, ‘출첵’은 ‘출석체크’의 줄임 표현이다. 이러한 줄임표현을 두고, 올바른 방향인지의 여부는 놔두고서라도, 이것이 귀찮은 것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일종의 언어 본능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표준어에서도 이러한 줄임 표현은 ‘축약’이라고 하여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예(8~10) 모두가 표준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줄임 현상들이다.

(8).줄이어 --> 줄여
(9).각하 --> [가카]
(10)어떻게 해 --> 어떡해

과거 재미있는 유머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본능에 충실해!” 우리의 언어에 있어서도 원초적 본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도 다 같이 본능에 충실하자!

즘게 김유권 / 국어학 박사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8년 07월 18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는 지난 7월 9일부터 9월 30일까지 경기북부 다중..
생활상식
Q 질의법인은 청소년 인성교육을 위한 공연장 설립 및 운영 목적으로 2014.7.15. 설립..
가장 많이 본 뉴스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0,167       오늘 방문자 수 : 15,914
총 방문자 수 : 21,316,627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도 포천시 해룡로 130-38(동교동 213-4) 고은빌딩
발행인·편집인 : 황정민 / mail: pcn90@unitel.co.kr / Tel: 031-542-1506~7 / Fax : 031-541-911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다50007 / 등록일 : 2000년 8월 18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정민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