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18-10-21 오후 08:45:0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칼럼종합

[김유권의 언어 산책] 야민정음에 관하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8년 05월 17일
 
ⓒ 포천신문  
매해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날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왜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고 대답한다. 기록을 찾아보니, 우리는 1963년에 ‘은사의 날’을 제정하였으며. 1965년부터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제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일까? 바로 세종대왕의 탄신일이어서 스승의 날로 삼게 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스승 될 만한 이가 바로 세종대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오월의 언어 산책로를 걸으며, 이 민족의 스승이시며,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을 생각하다가 불현듯 요즘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야민정음’이라는 현상을 떠 올리게 되었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탄신일에 ‘야민정음’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조금은 서글프지만, 이 기회에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도 의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야민정음이란 간단히 말하면, 글자의 모양을 유사하게 변형시킨 것으로 출발한 은어들의 종합을 가리킨다. 여기서 야민정음의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글자 모양의 유사성에 주목하길 바란다.)

대 ↔ 머 (예//김대중 → 김머중)
며 ↔ 띠 (예//이명박 → 이띵박)
귀 ↔ 커 (예//귀엽다 → 커엽다)
근 ↔ ㄹ (예//박근혜 → 박ㄹ혜)
유 ↔ 윾 (예//유재석 → 윾재석)
식 ↔ 싀 (예//김유식 → 숲윾싀)(숲=金)
왕 ↔ 앟 (예//세종대왕 → 세종머앟)
광 ↔ 팡 (예//광주광역시 → 팡주팡역시)

이는 어찌 보면, 말장난이 아닌 글장난처럼 보인다. 즉 ‘대’가 ‘머’처럼 보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셈이다. ‘커’역시 ‘귀’와 유사한다는 점에서 ‘귀여워’를 ‘커여워’로 쓰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각적 유희의 발상은 더 나아가, 신조어를 만들게 되고, 다양한 줄임 표현, 자음 초성의 나열 등으로 쓰임이 확장하게 된다. 그래서 야민정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金 → 숲 (예//김유식 → 숲윾싀)
長 → 튽 (예//김장훈 → 숲튽훈)
辛 → 푸(예//신(辛)라면 → 푸라면)
大 → ㅊ
笑 → 쑻
ㅠ, ㅜㅜ, TT, ㅜ.ㅜ, ㅠ.ㅠ, T^T, T0T, ㅜ0ㅜ, ㅠ0ㅠ : 우는 모습을 의미한다.
-_-, -_-;;, ㄱ-, ㅡㅡ : 경직된 표정을 의미한다.
:( : 찡그린 표정을 의미한다.
^^, :), :-), ^o^, ^-^, ^_^, ^v^,:D : 웃는 표정을 의미한다.
ㅇ-ㅇ, ㅇ_ㅇ : 가만히 지켜보는 표정을 의미한다.
ㅇ, ㅇㅇ : '응', '그래', '알았다'는 뜻이다.(≒ㅇㅋ)
ㅇㄱㄹㅇ : '이거 리얼(real)'의 초성을 따서 만든 단어.
ㅇㄷ: '어디'로 읽으며, '어디 있냐'의 준말이다.
갑툭튀: 「동사」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14]
강전: 「명사」 강제 전학의 준말
강추: 「명사」 강력 추천의 준말. 반대말로 '비(非)추천'의 줄임말인 비추가 있다.
강퇴: 「명사」 ‘강제 퇴장’, '강제 퇴학'의 준말. 채팅, 인터넷 카페 따위에서 사람을 쫓아내는 행위를 가리킨다.[15] ≒강티

이중 젊은 세대들에게서 성행하는 방식은 신조어들이다. 몇 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 싸해졌다
떡실신: 「명사」 경기에서 패배하거나, 어떠한 일이 발생하여 실신한다는 의미이다.
므흣하다: 「형용사」흐뭇한 기분을 표현할 때 쓰이던 말이 점차 야한 사진을 볼 때의
기분에 대하여 쓰이게 된다. 므훗한 사진 = 야한 사진.
오나전: '완전'의 오타에서 유래한 은어
진지충 : 「명사」 접사 '-충'을 결합하여, 진지할 필요가 없는 맥락에서 과도하게 진지
하게 행동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을 비꼬는 말.

이러한 야민정음에 대해 고민이 되는 점은 바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우선 학생들이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하여 원고 부탁을 받은 날,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야민정음에 대해 물어 보았다. 우선 학생들은 야민정음이라는 용어에는 낯설어 하였다. 그러나 예를 들어 주니, 금방 여러 다른 예들까지 들면서 반응하였다. 예상대로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었다. 어느 여학생은 이러한 것을 사용하게 되면 당장 세대 간의 언어 장벽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그에 맞선 다른 학생은 이것은 일종의 문화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나는 상당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일종의 현상으로 봐야하는지 아니면, 언어 사용의 파탄으로 막아야 하는지. 여러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거기서도 야민정음의 이중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과연 세종께서 ‘백성을 가르치시기 위해 만드신 바른 소리(훈민정음)’가 이렇게 쓰이고 있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할 뿐이다.

‘훈민정음’이라는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을 남기신 세종대왕의 탄신일에 ‘야민정음’을 고민해야 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는 우리 모두 언어 산책로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즘게 김유권 / 국어학 박사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8년 05월 17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고양에서 발생한 저유소 화재의 원인이 풍등으로 밝혀진 가운데, 경기도가 ..
생활상식
▶ 재해발생 개요 한 건설현장에서 도장공 경력 30년차인 신 씨가 김 씨와 함께 2인..
가장 많이 본 뉴스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6,769       오늘 방문자 수 : 10,179
총 방문자 수 : 21,270,725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도 포천시 해룡로 130-38(동교동 213-4) 고은빌딩
발행인·편집인 : 황정민 / mail: pcn90@unitel.co.kr / Tel: 031-542-1506~7 / Fax : 031-541-911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다50007 / 등록일 : 2000년 8월 18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정민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