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주변의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회의원들이 최근 자체 현장조사 결과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매몰지 주변의 군부대, 생수공장, 학교, 음식점 등의 식수 안전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김을동 국회의원(미래희망연대)이 자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에 위치한 2개 생수공장 일대에는 모두 37곳의 구제역 매몰지가 있다. 생수공장과 불과 수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에 1만3천여마리의 돼지와 1천200여 마리의 한우 등이 묻혔다. 이동면 장암리와 도평리에 각각 위치한 생수공장 인근에도 매몰지가 4곳이다.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제역 매몰지에서는 각각 8.9∼489.1t의 침출수가 발생한다고 한다. 생수공장 근처에 가축 매몰지 등 오염원이 있으면 생수의 원수가 되는 지하수의 오염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 매몰지 주변의 생수공장에의 전수조사가 시급하다.
매몰지 주변의 군부대도 우려된다. 서종표 국회의원(민주당)은 구제역 매몰지로부터 500ｍ 이내에 있는 군부대 급수원이 46곳이나 돼 침출수가 지하수에 흘러들어갈 경우 해당 부대 식수 확보와 장병들의 건강이 우려된다고 제기했다. 군부대 주변 매몰지역은 포천이 12곳이며 해당지역 지하수 급수원은 15곳으로 나타났다. 일동면 길명리에 있는 매몰지는 인근 500m 이내에 급수원이 5곳이고, 이동면 노곡리 매몰지는 급수원이 4곳이었다. 장병이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군부대 특성상 급수원 오염은 자칫 심각한 전투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아닐 수 없다.
가축 매몰지 반경 300m 이내의 지하수를 사용하는 학교급식소 및 일반음식점도 문제다. 최영희 국회의원(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제역 가축 매몰지 반경 300m 이내의 지하수를 사용하는 학교급식소는 어린이집 1곳, 초등학교 13곳 등 총 18곳, 일반음식점은 418곳 등 총 436곳으로 조사됐다. 특히 포천시의 경우 어린이집 1곳을 비롯해 40곳의 일반음식점에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급식소를 이용하는 학생들과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는 시민과 관광객이 오염된 지하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가축 매몰지 주변의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상수도 보급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천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61%로 도내 평균 87%에 훨씬 못미치는 최하 수준이다. 서울면적의 1.4배에 해당하는 넒은 면적과 농촌산간지역이 많은 지역 특성상 상수도 보급의 어려운 여건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안전한 물을 공급받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연계된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예산확보가 어렵다지만 국도비 지원을 끊임없이 요청해 지원받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포천시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구제역 발생으로 매몰지 주변 상수도 설치 예산을 확보하고 총 8천가구에 대해 상수도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상수도 보급률은 70%에 육박한다. 구제역 발생이 상수도 보급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된 셈이다. 포천시는 오는 2016년까지 상수도 보급률을 87%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상수도 시설은 예정대로 확충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 시급한 것은 구제역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에 대한 주민불안을 덜어주는 것이다. 포천시는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는 매몰지 주변의 지하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급수를 신속히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구제역 매몰지 주변부터 상수도가 최우선적으로 보급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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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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