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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윌더니스 신인상 수상작 詩=김도규] 이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29일
↑↑ 김도규 시인(경북중 교사)이 윌더니스 신인상 수상작인 자작시를 낭송하고 있다.
ⓒ (주)포천신문사


고단한 짐을 또 한 번 풀려고
어머니는 새벽부터 연탄불 챙기고
빌려온 리어카에 짐을 실었다.

짐이라야 겨우 보따리 몇 개
단출한 인생을 살아온 만큼의 흔적으로
볼품없는 세간만 남고
어머니는 습관처럼 앞서 걸어
방 구석구석과 부엌에 광을 낸다.

오래 전의 내 집처럼 여겨온 듯
하지만 남의 집이 어딜 가겠는가
정을 붙여 보시는 게다
다락방이 있던 집
나의 추억은 비좁고 추운 다락방에서 길러졌다.

끝내 떨쳐 버리지 못했던 가난이
옹색했던 사춘기와 어울려
각진 추억들을 만들어냈다.

김도규 / 시인, 경북중


☞ 심사평(박정근 윌더니스 주간)

김도규 시인 5편의 시를 읽고 이번 여름호의 신인상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겨울호에 1차 추천을 통과한 탓인지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주고 있다. 김도규 시인은 자연에 대한 시선이 따스하며 “가을 무렵”에서 낙엽이 떨어진 모습에서 인생의 교훈을 구하고자 한다. 낙엽이 죽음을 통해서 타자에 헌신하는데 인간은 자신을 버려서 어떤 쓰임이 될 것인가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다.

김도규 시인은 “이사” 과거에 대한 회상을 통해서 어머니의 삶을 통찰하고 자신의 유년기나 사춘기의 아픈 기억을 더듬는다. 그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상처나 추억을 되새김질함으로써 재조명하는 시적 수법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가 인간의 삶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인상을 받게 되는 김도규 시인을 축하한다. 등단이란 시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더욱 정진하여 김도규 시인의 독창적인 시적 세계를 구축하기 바란다. (대진대 교수, 시인, 평론가)

☞ 수상소감(김도규 시인, 경북중 교사)

어릴적 아침에 일어나 툇마루에 서서 안개 자욱한 산자락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참 푸근했었다. 어린 마음에도 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그윽한 안개가 꽤 서정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마당을 가로질러 보이는 그 산은 무등산이었다. 나의 시골에서의 일상은 모든 것이 서정이었으며, 여유였으며 마음의 재산으로 풍성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팍팍한 살림을 못 이겨 어른들은 서울로의 이사를 결심했고, 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낯선 서울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 생활이라는 게 참 묘했다. 사람과 차와 집들은 많은데 눈길을 둘 만한 데가 딱히 없는 것이었다. 그러자니 서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채 6개월도 가지 못해 시들해졌고, 고향의 냇가와 들풀과 넓은 마당이 그리워져 언제 다시 시골에 갈 수 있나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 중학교 때 다시 찾은 고향은 그 옛날의 시골이 아니었다.

높다랗게만 보이던 골목의 담장도 내 키보다 낮았으며, 물놀이를 하던 집 앞 냇가도 잡풀로 우거져 있었고, 겨울이면 눈 덮인 풍경이 장관이었던 들판에는 비닐하우스가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문명의 발달이 유년시절의 살뜰한 추억들을 지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쉬웠지만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시간은 흘러 점차 성인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힘들었던 시기에, 가난과 사색이 묘하게 조화를 이뤘던 어린 기억들을 떠올리며 힘듦을 이겨내려 했다. 물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고 곱던 나의 서정도 점차 시들어가기만 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감성이 점차 무뎌지고 메말라 가는 듯 하여 몹시 안타까웠다. 서정과 사색이 가장 깊게 배어 있어야할 어린 학생들이 공부에 시달리고 각종 기기들을 갖고 노느라 책 읽을 시간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생활하는 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아이들이 좀 더 풍부한 감성과 인식의 폭을 넓혀 어른이 되어서도 문학을 사랑하고 시에 대한 동경을 품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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