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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에세이] 하나됨의 사랑

대진대학교 영문학과교수 박정근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5월 02일

 "그대가 젊음을 잃지 않는 동안 거울은 내 늙음을 믿게 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그대의 얼굴에 주름을 볼 때, 내 일생이 다 탄 죽음을 느끼리라. 그대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움은 내 마음의 활옷이기에, 그대 가슴에 내 마음 살고, 내 가슴속에 그대 마음 사나니. 어찌 내가 그대보다 빨리 늙으리오. 그러하오니 그대는 몸조심하시라. 나 때문이 아니라 그대 위하여 쓰노라. 상냥한 유모가 애기를 돌보듯, 그대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간직하노라. 내가 죽어도 그대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간직하노라. 내가 죽어도 그대의 마음을 찾아가려 하지 말라. 찾아갈 생각 없이 나에게 주었으니."

사랑은 연인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기에 수많은 밤을 번민하게 하고 서로가 갈망하는 애정을 찾아 헤매게 하는가. 우리는 매일매일 사랑 없이는 단 하루도 인간적인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없다.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 또는 공동체로부터 소외를 당하는 인간은 아무리 세속적 성공을 획득하였다 하더라도 마음의 공허함을 메울 수 없다. 사랑을 잃은 사람이 지금까지 피땀 흘려 얻은 모든 성공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귀중한 자신의 생명마저 포기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영국의 황태자가 평범한 여인의 사랑을 획득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화려한 지위조차도 내던져버리는 것도 사랑이 인간의 삶의 최고의 가치임을 반증해준다.


요즘 미국과 한국 사회는 예기치 않은 돌풍으로 정신적. 정서적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조승희라는 한국계 교포 대학생이 정신적 착란으로 인해 30여명의 교수와 학생을 무차별 사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고도 조금의 양심의 가책을 발견할 수 없고 오히려 순교자적 영웅심을 내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경악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의 행적과 기록을 보면서 그가 고교시절에 심한 왕따를 당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범죄가 타인들이 자신에 가한 정신적 학대나 소외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단지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의 희생자라고 호도하고 있다. 현대가 아무리 이기적인 사회라 할지라도 이미 정신적인 질환의 징조를 보인 학생에 대해서 무관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파괴적 반작용이 사회 전체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각자가 독립된 개체라고 강변해도, 모두 하나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인들 간의 사랑은 서로가 떨어져 있어도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하나됨을 느끼는 감정이다. 연인이란 공간적인 분열을 정신적인 통합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는 사이이다. 그 극복의 힘이 바로 사랑의 에너지이다. 연인들은 더 나아가서 사랑하는 자의 몸과 감정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는 특별한 관계이다. 어쩌면 두 몸이 하나의 정신과 감정 속에서 살게 하는 창조주의 최대의 선물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사랑의 효과를 그의 소네트 22에서 노래하고 있다: "그대가 젊음을 잃지 않는 동안,/거울은 내 늙음을 믿게 하지 못하리라./그러나 그대의 얼굴에 주름을 볼 때,/내 일생이 다 탄 죽음을 느끼리라./그대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움은/내 마음의 활옷이기에,/그대 가슴에 내 마음 살고, 내 가슴속에 그대 마음 사나니./어찌 내가 그대보다 빨리 늙으리오./ 그러하오니 그대는 몸조심하시라,/나 때문이 아니라 그대 위하여 쓰노라./상냥한 유모가 애기를 돌보듯,/그대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간직하노라./내가 죽어도 그대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간직하노라./내가 죽어도 그대의 마음을 찾아가려 하지 말라./찾아갈 생각 없이 나에게 주었으니." 시인은 연인의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생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노래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활기가 있을 때, 자신의 젊음의 의미가 있고 사랑의 의지를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호간의 긴밀한 관심과 염려를 공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사랑의 원리는 연인들 사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사이, 이웃사이, 지역공동체 사이, 어려운 사람들이나 장애자나 정신지체자로 확대해나갈 때 사회는 분명 따뜻한 인간 공동체가 될 수 있으리라. 조승희 사건이 터진 후에 미국 내의 충격과 치유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본받아야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한국민들은 이 사건이 인종갈등이나 차별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여 한국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매우 초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래서 한국정부가 나서서 미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섣부른 의견을 제시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 마음속에는 혹시 이 사건으로 죽어간 희생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앞으로 불어 닥칠 한국인이나 재미교포들에게 피해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우가 섞여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시민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훨씬 수준 높은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 사건은 한국인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신병을 앓고 있던 조승희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은 매우 흥분을 갈아 앉힌 성숙된 수준에서 가능하다. 더구나 그들은 정신병을 앓고 신음하고 있었던 조승희를 돌보지 못한 사회의 책임을 제기하면서 그 또한 비극적 희생자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추도의 대상에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자도 함께 넣어서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들을 모으려고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하려고 하는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가진다면, 그리고 그런 마음을 여러 이웃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면, 이 사회는 분열증에서 벗어나 화해의 관계, 또 사랑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내가 너무 많이 가지면, 어느 누군가 궁핍에서 고통을 가질 것이고, 내가 너무 권력을 누리면, 어느 누군가 억압에서 억눌림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들의 이기적인 삶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자, 다함께 정의와 공평함이 넘치는 하나됨의 세계로 나아가자.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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