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고 해야 할 일도 많고 이 모든 것을 짚고 넘어가자면 내 능력 안의 에너지는 한참 마이너스다.
귀찮고 힘겨워 외면하자니 아직은 낙엽처럼 떨어져 흙과 함께 썩혀 기름이 되기엔 무언가 억울함이 솟는다.
얼마전 어느 모임에서 영어를 전공하신 분이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사람이 쉽게 익힐 수 있는 생활영어 책을 내서 한 권 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고 하루에 한 문장씩 외워보리라 마음은 기대에 부풀어 즐거웠다.
막상 책 펴들고 도전해보니 금방 외우고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아니 이러지는 않았는데. 이제 머리가 돌이 되는구나. 기막힘에 앞서 서글퍼지기까지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마침 옛날에 모임을 가졌던 인근 시군 형님들이 남양주에서 모임을 갖자기에 조금 젊은 내가 내차로 모시고 가평을 지나 북한강 도로변으로 달렸다.
봄날이 심술만 부리는 줄 알았더니 북한강 물길이 대서양 바다처럼 확 트이고 차도 역 벚꽃나무에 꽃 터널이 이어졌다.
일제히 터트리는 환호성은 언제 그 많은 세월을 보낸 할머니들이 아니다.
이제 인생을 시작하는 청춘소녀처럼 고조의 소프라노로 우리 자신들을 놀라게 한다. 한참을 달려도 베일쓴 신부보다 아름답고 세상의 값진 보석보다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봄의 화신! 화려한 꽃잎들이 잎새하나 보이지 않고 그 많은 나뭇가지를 꽃으로 휘감고 있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요. 한참 가던 길을 다시 유턴해 또 한번 천천히 지나왔다. 내 안에 꽃잎들을 가득 채우면서......
제법 강바람이 불고 있는데 꽃잎은 떨어지지 않고 바람을 타고 꽃 덩어리가 율동을 하니 더한층 매료된다.
이런 아름다운 순간을 대할 때마다 감사하고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순리를 배신하지 말고 지키고 아낄 것을 만인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모임장소에 도착하니 남양주 형님이 손수 만든 두부와 김치전, 감자떡, 달래장에 노랗게 지진 두부전을 곁들여 먹으니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
고소한 두부의 뒷맛이 혀끝을 감돈다. 좋아하는 음식으로 시장기를 잠재우니 더 부러울 게 없다.
이만한 여유로 오늘 하루 보냄을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앞에 남아 있는 날들을 여러 이웃들과 함께 즐겁게 갈 수 있도록 주위를 살피고 보듬어서 같이 가자고 꽃잎 속에 녹아 내린 마음들을 이야기하며 오늘의 모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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