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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정영옥] 비워진 자리에도 관계는 자랍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20일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포천신문에 글을 드리는 사람으로서, 최근 조경에 관한 동료 기자의 글을 읽는 일은 참 반가웠습니다. 같은 지역을 살아가면서도 서로 다른 주제를 바라보고, 각자의 시선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지역신문이 가진 좋은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글을 읽으며 제 삶에도 잠시 다른 풍경이 찾아왔습니다. 산 위에서 자란 나무의 수형을 살피던 중, 비 온 뒤 미끄러운 낙엽과 나무에 발을 디디다 추락했습니다. 요추 1번 골절로 병원 침상에 누워 회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몸이 움직이지 못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늘 오가던 공간, 함께했던 사람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움직임들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참여하던 여러 자리의 빈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함께 준비하던 행사와 모임, 일상적으로 나누던 만남에도 잠시 간격이 생겼습니다.

그 자리를 함께 채워오신 분들의 마음도 생각하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셨을 분, 안타까워하시는 분, 몸부터 돌보라며 걱정해 주시는 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하시는 분까지. 각자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그래서 한 가지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몸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당분간 병문안은 정중히 사양하고자 합니다. 찾아와 주시는 마음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그 마음에 충분히 응답할 수 있을 때까지 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지키려는 뜻입니다.

함께 준비하던 일과 모임의 빈자리가 마음에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시 멈추는 일이 관계의 중단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이어가 주시고, 예정된 일들도 가능한 범위에서 서로 힘을 모아 진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원을 가꾸는 일도, 공동체를 돌보는 일도 모든 빈 곳을 서둘러 채우는 것만이 답은 아닐 것입니다. 때로는 자리를 비워두고, 그곳이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제가 배우는 것도 그런 기다림인지 모르겠습니다. 몸이 회복되는 시간, 누군가의 몫을 다른 사람이 나누어 맡는 시간, 서로의 빈자리를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시간 말입니다.

걱정해 주시는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시는 안부도 고맙게 받겠습니다.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는 일은 조금 뒤로 미루고, 먼저 건강을 회복해 다시 제 자리에서 뵙겠습니다. 빈자리가 생겼다고 해서 관계까지 비어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서로의 자리를 지켜주며, 각자의 속도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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