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높은 완연한 가을입니다. 곧 산등성이가 울긋불긋 물들면 단풍놀이와 등산을 즐기려는 발걸음이 이어질 것입니다. 등산과 단풍놀이 철이 되면 산에서 발목을 접질리거나 무릎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이 부쩍 늘어납니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던 상태에서 무리하게 산에 오르거나, 울퉁불퉁한 산길과 미끄러운 낙엽을 밟아 다치기 때문입니다.
등산 중 가장 흔하게 겪는 부상은 흔히 ‘발목을 삐끗했다’고 표현하는 ‘발목 염좌’입니다. 산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리거나 미끄러운 낙엽을 밟아 발목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꺾이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이때 주로 발목 바깥쪽을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전거비인대(발목 앞쪽과 바깥쪽 복숭아뼈를 연결하는 인대)’가 무리하게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찢어지게 됩니다. 발목을 다쳤을 때는 절대 무리해서 걷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하산해야 하며, 귀가 후에는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냉찜질을 하여 부기를 가라앉히는 초기 대처가 중요합니다.
병원에 오시면 파열 정도에 따라 깁스나 보조기로 발목을 고정하고, 조직의 염증을 줄여주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약물)’를 처방하여 회복을 돕습니다. 하지만 인대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이거나 초기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아 발목이 습관적으로 꺾이는 ‘만성 발목 불안정성’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관절 내시경을 이용해 찢어진 인대를 다시 꿰매주거나 다른 힘줄을 끌어와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인대 재건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하는 부위는 바로 무릎입니다. 내리막길에서는 본인 체중의 3배에서 많게는 5배에 달하는 무거운 하중이 무릎 관절에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이때 허벅지 근육이 약하거나 배낭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무릎 앞쪽 뼈인 슬개골과 허벅지 뼈인 대퇴골이 비정상적으로 마찰을 일으키며 뻐근한 통증을 유발하는 ‘슬개대퇴통증증후군’이 발생하기 쉽고, 연골이 닳게 되는 ‘슬관절 관절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릎 뼈 사이에 위치해 연골의 충격을 흡수하는 반달 모양의 물렁뼈인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지는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산행 후 무릎이 심하게 붓고 무언가 걸리는 듯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연골판 손상을 강하게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초기에는 충분한 휴식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며, 무릎 관절강(관절과 관절 사이의 빈 공간) 내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히알루론산 주사나 염증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투여하여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찢어진 연골판 조각이 관절 사이에 끼어 무릎이 펴지지 않거나 파열 범위가 넓은 심각한 상태라면, 관절경 수술을 통해 찢어진 부위를 매끄럽게 다듬어 내거나 원래 자리로 꿰매주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장시간 걷다 보면 척추 질환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습니다. 허리를 굽힌 채 오랜 시간 걷는 자세는 요추(허리 뼈)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뭉치게 하여 심한 근육통을 유발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자칫 젖은 흙이나 낙엽을 밟고 엉덩방아를 찧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때 위아래로 가해지는 강한 충격 때문에 척추뼈가 납작하게 주저앉아 찌그러지는 ‘척추 압박골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뼈의 밀도가 낮아져 있는 골다공증 환자나 뼈가 약해지기 시작하는 중장년층 여성의 경우, 가벼운 엉덩방아만으로도, 심지어 무거운 배낭을 메는 것만으로도 척추뼈가 무너져 내릴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단순한 허리 근육통이라면 근육 이완제 복용과 온찜질로 호전될 수 있지만, 골절이 발생하여 누웠다 일어나는 것조차 힘든 극심한 통증이 있다면, 압박 정도에 따라 보존치료, 혹은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부러지고 주저앉은 척추뼈 안에 가느다란 바늘로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하여, 뼈를 원래 높이만큼 단단하게 굳히고 통증을 없애주는 ‘척추체 성형술’이 대표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근골격계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무리하지 않는 마음가짐입니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반드시 15분 이상 전신 스트레칭을 통해 굳어 있는 관절과 인대를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어야 합니다. 또한, 발목을 안정적으로 감싸주고 바닥의 마찰력이 뛰어난 등산화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내리막길에서는 등산 스틱을 사용하여 무릎과 허리로 집중되는 체중을 양팔로 분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보폭은 평소 걷는 것보다 좁게 하여 천천히 걷고, 자신의 현재 체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중간에 언제든 되돌아올 수 있는 무리하지 않는 코스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두 눈에 가득 담고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합니다. 철저한 준비와 올바른 산행 습관을 통해, 관절과 척추가 모두 미소 짓는, 건강한 가을 산행을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