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억새라 부르셔도 좋습니다 갈대의 흔들림이라 여겨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시선이 잠시 머물 수만 있다면 이름을 바꾼들 무엇이 아쉬겠습니까.
남쪽 나라의 따스한 바람을 품고 건너와 가을의 문턱, 구월과 시월이 오면 나는 하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거대한 깃털의 붓을 들어 올립니다.
산등성이를 수놓는 억새의 고결함도 강변을 감싸 안는 갈대의 깊은 침묵도 아닌, 하늘을 향해 피워 올린 풍성한 솜사탕처럼 나는 나만의 계절을 화려하게 노래합니다.
억새보다 웅장하고 갈대보다 담대한 은빛과 금빛, 솜털 깃발을 높이 들고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속에 가장 눈부신 가을 한 조각을 선물합니다.
모르면 억새라 부르고 갈대라 스쳐 지나쳐도 파란 하늘 아래 당당히 서서 온몸으로 가을의 풍요를 감싸 안는 식물,
아는 이만이 알아채고 탄성을 지르는 나는 계절의 화려한 파수꾼, 팜파스그라스입니다.
2026년 10월 01일
지은이ㅣ민헌(民獻) 최호열 시인
① <가을빛 대화> 드높고 청명한 맑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팜파스그라스 두 그루가 서로 다른 자태를 뽐내며 우뚝 서 있습니다. 왼편의 솜사탕처럼 하얗게 펼쳐진 이삭과 오른편의 촛대처럼 정돈된 금빛 이삭이 대비를 이루며, 마치 푸른 도화지 위에 가을의 풍요로움을 그려 넣는 거대한 붓을 떠올리게 합니다.
② <햇살 품은 가을 숲> 눈부신 가을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팜파스그라스 무리의 웅장한 풍경입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은빛·금빛 꽃이삭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억새나 갈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특유의 풍성함과 담대한 생동감을 전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