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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206

말하고 싶지 않지만 꼭 해야하는 이야기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28일
 
< 김남영 / 동두천시 노인대학장 >
 
우리 가족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떤 이야기든 모두 나눕니다. 자녀들의 미래, 둘째네의 다음 달의 이사 계획, 문중의 시제 모시는 문제와 소소한 일상의 기쁨과 고단함까지. 하지만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하나의 질문 앞에서는 가족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하곤 합니다. 바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세상 소풍을 끝내고 떠납니다. 부부중 누군가가 먼저 홀로 남겨질 날이 올 것이고, 언젠가는 자신의 몸조차 스스로 주체하기 힘든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당연하고도 엄연한 순리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하며 살아갑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혹여 사랑하는 이에게 두려움을 주거나, 불길한 징조를 부르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주저함 때문입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해 존재하는 존재(Sein zum Tode)'라고 규정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성, 즉 죽음을 명확히 인식할 때 비로소 타인의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의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죽음은 삶의 단순한 종말이나 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더욱 밀도 있고 존엄하게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입니다. 

따라서 삶의 끝자락에서 맞이할 나의 의료적 선택, 존엄하게 지키고 싶은 삶의 가치, 그리고 남겨질 이들에 대한 배려는 삶의 마지막에 던지는 무책임한 질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온 내 삶에 대한 가장 깊은 책임감의 표현입니다. ​많은 이들이 삶의 마지막 선택을 가족에게 짐으로 남겨두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이 왔을 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는 이의 생사나 연명 치료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남아있는 자의 고통과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습니다. 

진정한 배려는 내가 원하는 존엄함의 형태를 스스로 정의하고, 이를 가족들에게 명확히 밝혀둠으로써 그들이 마주할 막막함과 고통을 덜어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내가 원하는 마지막은 어떠한 모습인지, 어떤 방식으로 남아있는 이들과 아름다운 작별을 고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족에게 전하는 숭고한 선언입니다.

​조금은 무겁고 소란스러운 일상 속에서 선뜻 꺼내지 못했던 이 철학적 질문을,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이번 명절의 식탁 위로 올려 놓았습니다. 죽음을 주제로 나누는 대화는 결코 결말의 어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재확인하고, 남아있는 삶의 매 순간을 어떻게 사랑하며 채워갈 것인지 다짐하는 가장 따뜻하고 솔직한 삶의 찬가입니다.

이번 명절, 촛불을 켜듯 조용히 건네는 서로의 깊은 진심이 우리 가족의 오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서로를 더욱 온전히 배려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 김남영 / 동두천시 노인대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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