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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임성 / 포천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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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사무실 옆에는 한때 미 2사단이 주둔했다. 장병들 어깨에 붙은 인디언헤드 패치는 의정부에서 낯익은 풍경이었다. 그 부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 11월 청천강과 군우리가 나온다.
북진하던 미 2사단은 중국군의 참전 규모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좁은 산악 통로에서 매복에 걸렸다. 수많은 병사가 죽거나 다쳤고 화포와 차량, 보급품을 버려야 했다. 군우리는 미 2사단 역사에 남은 참패였다.
그러나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석 달 뒤인 1951년 2월, 미 2사단 제23연대전투단과 프랑스대대는 양평 지평리에서 중국군의 대공세를 맞았다. 사방이 포위됐지만 진지를 지켰다. 군우리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지평리에서 되찾았다.
오는 10월 2일,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문을 연다. 수사는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이 맡고 공소청 검사는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한다.
문을 열 날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직제와 정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초대 공소청장 인선도 늦어지고 있다. 관계 법령과 수사준칙 정비, 사건 인계, 기록 관리, 전산망 점검도 서둘러야 한다.
인력 이동도 만만치 않다. 중수청 특례임용에 최종 지원한 검찰 인력은 1,761명이다. 상당한 인력이 옮겨가면 공소청의 기소와 공판을 뒷받침할 실무진에도 빈자리가 생긴다. 남은 사람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결국 일선 검사들의 몫이다. 경찰과 중수청이 넘긴 기록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영장을 심사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일단 기소하면 법정에서 증거로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새 제도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매뉴얼도, 선례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사건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앞날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 간판이 바뀐다고 검사들이 쌓아온 법리와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록 속에서 쟁점을 찾고, 증거의 빈틈을 가려내고, 법정에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여전히 검사의 몫이다.
공소청 검사의 본분은 오히려 분명해졌다. 수사기관이 만든 기록을 그대로 넘기는 사람이 아니다. 무고한 사람은 걸러내고 죄를 지은 사람은 법정에 세워야 한다. 여론이나 정치적 요구가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기소와 불기소를 판단해야 한다.
직접 수사권이 줄었다고 검사의 책임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수사 결과를 법의 언어로 검증하고 법정에서 책임지는 국가의 공소관이다. 수사와 기소가 나뉠수록 검사의 기록 분석과 공판 역량은 더 중요해진다.
군우리에서 무너졌던 미 2사단은 지평리에서 다시 섰다. 완벽한 장비와 충분한 지원을 기다린 뒤 싸운 것이 아니다. 포위된 자리에서 자기 임무를 다했다.
공소청 검사들도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준비가 부족하고 제도가 낯설더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증거를 살피고 법리를 세우며 법정에서 사건을 입증하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그때 공소청의 지평리도 시작된다.
정부와 국회도 현장에만 짐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직제와 정원을 서둘러 확정하고 지휘부 공백을 메워야 한다. 법령 정비와 사건 인계, 전산 체계 점검도 마쳐야 한다.
10월 2일이면 검찰청의 간판은 내려간다. 그러나 검사라는 직업의 본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소청의 성패는 결국 현장에서 묵묵히 기록을 읽고 법정을 지키는 검사들에게 달려 있다.
< 이임성 변호사 / 포천신문 논설위원, 현)법조윤리협의회 회장 , 전)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전)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 >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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