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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202

인연,(因緣)그리고 그 인연이 떠난자리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31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갈 때, 나뭇잎은 바람을 영원히 잡두어 두지 않습니다. 바람은 잠시 나뭇잎을 춤추게 하고 이내 어디론가 떠나가지만,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나뭇잎은 한층 푸르고 견고하게 자라지요.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얽힘, 곧 '인연(因緣)'의 본질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를 만나고 헤어지며 삶을 채워가지만, 모든 인연이 머물러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것만이 자연스러운 이치는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오래 이어지는 관계만을 소중히 여기거나, 중간에 끊어진 인연을 실패 혹은 잘못된 만남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그러나 관계의 깊이와 가치는 결코 '시간의 길이'라는 단순한 잣대로 측정될 수 없습니다. 

수십 년을 한 이불 아래 머물거나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도 서로의 깊은 마음에 다다르지 못한 채 겉도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번의 짧은 만남, 혹은 계절 하나를 겨우 함께 보냈음에도 평생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단단한 인연도 있습니다. 스쳐 지나간 찰나의 온기가 영혼에 아로새겨져, 홀로 걸어가는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도 하는 것이 인연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내 곁을 떠나갔다 해서, 혹은 예전 같지 않게 먼 사이가 되었다 해서 그 관계를 아쉬움과 후회, 혹은 원망으로 덧칠할 필요는 없습니다. 관계가 마침표를 찍었다는 사실이 그 만남의 소중함까지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만남으로써 내 마음에 사막 같은 건조함 대신 다정한 온기가 감돌았다면, 그로 인해 타인을 이해하는 지평이 넓어지고 마침내 '나다운 모습'을 찾아갈 수 있었다면, 그 인연은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몫을 완벽히 수행한 것입니다.

​자연을 둘러보면 봄에 피는 꽃은 여름의 울창함에 연연해하지 않고, 가을 단풍은 겨울의 빈 가지를 두려워하여 낙엽을 멈추지 않습니다. 계절이 제 소임을 다하고 다음 계절로 자리를 내어주듯, 사람의 인연 역시 저마다의 계절과 수명이 존재합니다. 나를 단련시키기 위해 잠깐 찾아온 칼바람 같은 인연도 있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휴식처럼 머물다 간 따스한 봄볕 같은 인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머물다 간 자리에 남겨진 '나의 모습'입니다.

결국 참으로 좋은 인연이었는가에 대한 답은 '얼마나 오래 곁에 머물렀는가'라는 외형적 조건이 아니라, '그 인연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가'입니다. 떠나간 자리를 슬퍼하기보다 그가 남겨준 마음의 자산에 감사할 줄 아는 성숙함, 인연이 지나간 뒤에도 내 삶이 조금 더 따뜻하고 그윽해졌음을 깨닫는 안목이야말로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합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은 허허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작은 배(虛舟)와 같아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바람과 물결을 품되 어느 하나에 매여 멈춰 서지 않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간 다정한 인연들의 온기를 노 저어가는 동력으로 삼아, 나라는 존재를 더욱 깊고 그윽하게 완성해 갈 뿐입니다. 내인생에서의 모든 만남은 인연의 시작이었고, 헤어짐은 완성이었으니, 머물다 떠난 모든 인연은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선물이었습니다. 인연 맺고 계시는 모든이들이 늘 여여(如如)하시기를 빕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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