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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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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묻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까?” 그런데 웨인 피커링 박사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을 먹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 몸 밖으로 잘 빠져나가느냐라는 것입니다.
몸에 들어오는 것만큼 몸에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삼식이 삼순이’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골고루 먹는 탄단지 식사, 그리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3꽤 운동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조금 민망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 ‘잘 싸는 것’에서 시작해보려 합니다. 왜냐하면 몸도 그렇지만 사회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무엇인가가 들어오기만 하고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결국 주변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몸에 쌓인 노폐물이 문제라면 사회에는 풀리지 않은 갈등과 욕망, 낡은 관행과 불필요한 것들이 쌓입니다. 그래서 나는 ‘배출’을 건강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요즘 ‘디톡스’라는 말은 너무 쉽게 소비됩니다. 건강을 위한 의학적 개념에서 출발한 말이 어느새 상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무엇을 먹으면 몸속 독소가 빠진다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디톡스는 무엇일까요? 나는 오히려 몸이 스스로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생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잘 먹고, 움직이고, 충분히 쉬고, 잘 자고, 정상적으로 배출하는 것.
거창한 해독 프로그램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생활의 기본입니다. 내가 농촌에서 친환경적인 환경을 만들고, 땅을 일구며 땀을 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을 했으니 몸이 곤합니다. 그러니 잠이 옵니다. 밭에서 난 제철 먹거리를 유통과정을 길게 거치지 않고 가까운 식탁에 올립니다. 땀 흘린 뒤 먹는 음식은 달고 맛있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마치면 다시 몸을 쉬게 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일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삶 전체가 하나의 순환입니다. 그래서 나는 ‘삼식이 삼순이’의 배출을 단순한 건강 캠페인으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만큼이나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흘려보내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기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자는 제안입니다.
그 작은 단초를 나는 포천의 밥상에서 찾고 싶습니다. 콩을 심고, 밥을 짓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다시 나누는 것. ‘콩콩밥밥’과 ‘농체로’, 그리고 K-이음이 꿈꾸는 것도 결국 이런 순환의 구조입니다. 먹거리는 생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손을 거쳐 식탁으로 오고, 식탁에서 사람을 만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갑니다.
이 순환이 건강해질 때 사람도, 마을도 건강해집니다. 나는 이것을 K-삼식이 삼순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잘 먹는 사람을 넘어 잘 나누고, 잘 움직이고, 잘 쉬고, 무엇보다 잘 비워낼 줄 아는 사람.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도 그런 ‘배출의 문화’인지 모릅니다.
쌓아두기보다 흘려보내고, 독점하기보다 나누고, 다음 세대에게 낡은 것을 떠넘기기보다 우리가 먼저 비워내는 것. 청년단체 콩콩밥밥과 함께 건강한 삼식이 삼순이가 세계 곳곳의 식탁으로 이어지고, 서로를 응원하는 하나의 문화가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그 길에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앞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주는 것. 밥상을 차려주고, 길을 열어주고, 경험을 나누되 결국 그들의 방식으로 세계를 연결하도록 돕는 것.
잘 먹는 사회를 넘어 잘 순환하고, 잘 배출하고, 다시 건강하게 이어지는 사회. 나는 그 시작을 아주 오래된 말에서 다시 찾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자.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몸에도, 마을에도, 대한민국에도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K-디톡스’가 아닐까요.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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