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엄중하다는 점이다. 다가오는 2026년 10월, 80여 년간 국민의 억울함을 풀고 국가 사법정의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검찰청의 수사권 폐지 법안이 현실화되면서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마저 사실상 소멸하게 된다. 이제 수사의 처음과 끝을 13만 공룡 경찰이 독점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기대를 뛰어넘는 거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몇 년 전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된 국가 안보·간첩 수사 분야에서도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나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통제되지 않는 절대 권력이 민생 치안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경찰 수사의 무능과 부실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트린 대표적인 무능·부실 수사 사례 3가지만 보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첫째, 제주 실종 사건 ‘허위 보고 및 셀프 종결’ 사태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신고에도 담당 경찰관은 당사자와 연락이 닿았다거나 ‘교통사고 사망’이라는 가짜 사유까지 입력하며 수사망을 스스로 닫아버렸다. 112 신고 시스템과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허술한 연동, 상급자의 검증 부재가 결합한 총체적 부실 수사의 극치다.
둘째, 보이스피싱·민생사기 사건의 ‘타성적 종결 및 지연 수사’다. 민생을 위협하는 대형 피싱 조직 및 전세사기 사건에서 초동 단계의 계좌 추적이나 통신 수사가 지연되어 피해금이 해외로 유출된 뒤에야 뒷북 수사를 벌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을 손쉽게 미제 종결 처리하는 관료주의적 태도가 만연해 있다.
셋째, 안보·간첩 수사의 ‘전문성 부재 및 성과 미흡’이다.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이 이관된 이후, 안보 수사의 특수성인 장기 공작 추적과 해외 정보망 연계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며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사법 선진국들은 어떻게 수사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의 품질과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① 미국 (상호 견제와 전문화 중심) 연방수사국(FBI)과 연방·주 경찰 등 수사기관이 명확히 분권화되어 있으며, 검사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률적 지휘와 영장 검토, 증거의 법정 승소 가능성을 엄격히 통제한다. 수사기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사법적 기소 판단과 수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인권 관점에서 강력히 상호 검증한다.
② 독일 (검사의 수사지휘권과 법치적 통제)
독일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수사절차의 주재자(Master of Investigation)로서 경찰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사건을 유야무야 종결할 수 없도록 모든 수사 결과는 검사의 법률적 평가를 거치게 함으로써 국민의 사법적 권리를 이중으로 보호한다.
③ 영국 (수사와 기소의 엄격한 분리와 객관적 재검토)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지만, 독립된 왕립검찰청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왕립검찰청은 경찰이 제출한 증거가 엄격한 법적 기준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냉정하게 평가하며, 수사 과정에 오류나 부실이 발견될 경우 철저한 보완과 재수사를 요구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차단한다.
대한민국이 검찰 개편 이후 수사 공백을 극복하고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선진국형 K-수사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완전한 수사 개혁 패러다임이 즉각 도입되어야 한다.
상호 견제 시스템 구축 및 ‘사법적 보완 수사’의 법제화
경찰의 수사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사건 종결에 대한 객관적 외부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소·고발인 및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사법적 전문성을 가진 검찰이나 독립적 사법기구가 직접 보완수사를 실시하거나 강력한 재수사를 명령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를 상시화해야 한다.
수사 시스템의 디지털화 및 ‘셀프 종결’ 원천 차단
제주 사건처럼 단 한 명의 경찰관이 시스템을 조작할 수 없도록, 신고 접수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이 교차 검증되는 AI 기반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상급자 및 청문감사관의 다중 승인 없이는 사건이 처리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수사 전문성 강화 및 독립된 국가수사본부의 재정립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오직 팩트와 과학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내부 전문 보직제 및 안보·민생범죄 특화 수사관 양성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무능하고 부실한 수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이 정착되어야 한다.
사법제도가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억울한 국민을 없게 하고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권력의 이동이 국민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비극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투명한 상호 견제, 과학적인 수사 시스템, 인권 중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립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진정한 K-수사 선진국으로 일어설 것이다.
2026년 8월 26일
최호열/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전)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