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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호열] 장사(葬事) 대란의 돌파구, 국립대학병원 `화장장` 건립이 답이다

​- 죽음의 장소 1위 병원, 임종부터 화장까지 '원스톱'으로 -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22일
 
최호열/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전)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
 
​1. 숫자 뒤에 숨겨진 잔인한 현실(고령화와 화장 대란)

대한민국은 이미 삶과 죽음의 구조적 균형이 무너지는 거대한 인구학적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와 행정안전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84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인구의 21.2%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기대수명)은 83.7세(남성 80.7세, 여성 86.5세)로 OECD 회원국 중 세계 5위라는 빛나는 기록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어떻게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대단히 우울하고 시급한 과제가 누적되어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하루 평균 약 980명, 연간 35만 8,000여 명의 국민이 세상을 떠난다. 매장 문화가 쇠퇴하고 화장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전국 평균 화장률은 이미 94.4%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생의 마지막 길에서 화장장을 이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운영 중인 화장시설은 일반 사망자용 기준 단 60개소, 화장로는 380여 기에 불과하다. 하루 1,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380여 기의 화장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유족들은 3일장을 치르지 못하고 4일장, 5일장을 치르며 화장 자리를 찾아 전국을 헤매고, '화장 원정'을 떠나는 기이하고도 슬픈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 존엄을 위협받는 현실,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복지의 현주소인가.

​2. 님비(NIMBY)의 벽을 넘지 못하는 지자체 화장장 건립

​화장시설의 터무니없는 부족 현상은 국민 모두가 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내 집 앞에는 안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 즉 님비(NIMBY) 현상과 맞물려 심화되어 왔다. 지자체마다 화장장 신설이나 확충을 추진하려 해도 인근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와 사생결단식 시위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되거나 수년 이상 소요되기 일쑤다.

​화장장이 여전히 대표적인 '혐오시설' 및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한, 지자체 주도의 공설 화장장 확충 방식만으로는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사회의 사망자 폭증을 감당할 수 없다. 진정한 복지선진국, 이른바 'K-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이 절박하다.

​3. 해법은 ‘국립대학병원 화장장’의 의무 건립이다

​필자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심각한 화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전국 국립대학병원 장례식장에 화장장을 의무적으로 건립·병설해야 한다”는 소신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현재 대한민국 노인들의 사망 장소 1위는 단연 ‘의료기관(병원, 요양병원 등)’으로, 전체 사망의 73%~77%가 Hospital에서 이루어진다. 생의 마지막을 병원에서 맞이하는 구조다. 또한 전국에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제주대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주요 지역 거점 국립대학병원 14곳이 운영 중이며, 이들 대다수는 장례식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생의 임종부터 임종 후 장례, 그리고 최종 화장 단계까지를 한 곳에서 해결하는 ‘원스톱(One-Stop) 장례·화장 시스템’을 국립대학병원에 구축한다면 다음과 같은 결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① ​주민 반대 극복 및 인식 개선
화장시설이 단독 혐오시설이 아니라 공공 의료기관 및 장례식장의 부속·첨단 복지 시설로 흡수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② ​이동 및 물류 효율화
시신을 장례식장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화장장으로 운구해야 하는 유족들의 시간적·경제적·심리적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민간 대형병원으로의 파급 효과: 공공성을 띤 국립대학병원에서 선제적으로 화장장을 설치·운영하여 성공적인 모델을 정착시킨다면, 향후 주요 사립대학병원 및 대형 종합병원으로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4. 정부와 국회의 결단, ‘K-복지선진국’의 완성

​존엄한 죽음의 보장은 시혜성 복지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이자 인권의 문제다. 초고령화로 인해 매년 사망자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화장장 부족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국립대학병원 및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종합병원에 친환경 첨단 화장로 설치를 허용하고 의무화하는 내용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및 관련 법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친환경 무연·무취 화장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해 있다. 공공 의료의 중심축인 국립대학병원이 장례와 화장까지 책임지는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할 때, 1,000만이 넘는 고령 인구와 그 가족들이 마지막 길에서 최소한의 존엄과 안식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죽음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결코 복지국가라 불릴 수 없다. 정부와 국회의 결단력 있는 법제도화와 실행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8월 22일

최호열/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전)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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