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지진은 재난 앞에서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것이 단지 자연현상의 크기만이 아니라, 얼마나 치밀하게 대비했는가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즉 2026년 8월 콜롬비아에서는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수백 명의 사상자와 대규모 시설 피해를 냈고, 일본 구마모토에서도 규모 7.1의 지진으로 인명피해와 건물 붕괴가 이어졌다. 같은 해 7월 멕시코 치아파스 해역에서도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했지만, 신속한 대피와 대응으로 사망자를 막아 대비의 수준이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콜롬비아 지진은 특히 재난의 파괴력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서부 지역을 강타한 이번 지진은 콜롬비아에서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강진으로 평가되며, 로이터 보도 기준 최소 164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었고 피해 규모는 이후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주요 도시에서는 건물이 무너지고 병원과 도로 등 기반시설이 손상되었으며, 많은 주민이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 갇혔다.
일본 구마모토 지진 역시 쇼핑몰 붕괴와 도로 파손, 정전 등을 동반하며 인명과 생활기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반면 멕시코는 강한 지진과 쓰나미 경보에도 불구하고 사전 대비와 신속한 주민 대피로 인명피해를 크게 줄였다. 같은 지진이라도 준비된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의 결과는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다.
대한민국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기상청 규모별 순위에 따르면 국내 계기관측 이후 가장 큰 지진은 2016년 경주 지진 규모 5.8, 2017년 포항 지진 규모 5.4다. 경주 지진은 계기관측 이래 최대 규모였고, 포항 지진 역시 전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긴 대표적 강진이었다. 규모만 놓고 보면 해외의 초대형 지진에 비해 작아 보일 수 있으나 당시에도 건물 균열과 외벽 붕괴, 주민 대피와 이재민 발생 등 사회적 혼란이 적지 않았다.
만약 한반도에서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도심과 산업시설 밀집 지역을 직접 강타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이제는 재난이 발생한 뒤 수습하는 국가에서, 재난 이전에 피해를 줄이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축물, 교량, 철로, 도로, 항만, 철탑, 전기설비와 같은 국가 기간시설을 강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설계하고 보강해야 한다. 정부는 건축물과 교량 등 여러 시설에 대해 내진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을 마련했고, 시설 종류별 기준도 정비해 왔다. 도시철도 역시 별도의 내진설계기준에 따라 지진하중 산정과 구조해석, 비구조요소 안전성까지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노후 시설 보강, 시공 과정의 엄격한 점검, 준공 이후의 정밀 진단과 유지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제도는 종이 위의 약속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민 교육도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민방위 제도는 재난과 비상사태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활동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차별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진 발생 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태풍과 폭우 때 어떤 행동이 생명을 지키는지, 폭염 상황에서 어떤 응급대응이 필요한지조차 정확히 모르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제 민방위 교육은 특정 대상만의 의무가 아니라 전 국민 생활안전교육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학교 안전교육, 산업안전교육, 공공기관 교육, 직장 내 법정교육 등 모든 분야의 법정교육에 지진·태풍·폭우·폭염 대응 교육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재난은 특정 계층만의 위험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맞닥뜨리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재난에 강한 나라는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진을 견디는 건물과 교량, 흔들려도 기능을 유지하는 철도와 도로, 위기 앞에서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이 함께 갖추어질 때 비로소 국가의 안전이 완성된다. 경주와 포항의 경험은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일깨운 경고였고, 최근 세계 각국의 대형 지진은 그 경고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가장 나쁜 상황을 가정하고 가장 책임 있게 준비하는 국가적 결단이다. 대한민국의 안전은 말이 아니라 설계, 투자, 점검, 교육, 실천으로 완성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