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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에세이 ]요정의 여왕과 당나귀의 결합의 의미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2월 10일

"티타니아의 보틈과의 성적결합은 테세우스의 강제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혼에 잠재할 수 있는 불모성이나 피상성을 치유하고자 하는 은유적 제의이다. 히폴리타의 사랑이 정략적 거래에서 멈추어서는 다산의 축복을 가져다줄 진정한 성적 결합에 이를 수 없다.히폴리타의 대리자로서의 티타니아가 꿈속에서나마 보틈과의 몰아적 성적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테세우스와의 결혼에 이루어질 다산의 의식을 전조로서 보여주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한 여름 밤의 꿈』에서 가장 에로틱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숲의 요정들의 여왕인 티타니아와 직공 보틈과의 성애 장면이다. 아름다운 요정의 여왕과 당나귀 탈을 쓴 반인반수 상태의 보틈과의 결합은 즉흥적인 성적 충동에서 이루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사이의 반목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우주의 음의 세력을 대표하는 티타니아가 양의 세력의 상징인 오베론의 사랑을 거부하는데서 시작되며, 오베론은 그녀에게 복수하려고 재미있는 장난을 꾸민다. 


오베론의 복수는 티타니아로 하여금 당나귀로 변신한 보틈에게 첫 눈에 반하게 만들어서 그와 성적 행위를 하도록 하여 완성된다. 오베론은 퀸스 일행이 숲에서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와 여왕 히폴리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연극을 연습하는 도중에 보틈을 당나귀로 변신시켜버린다. 오베론은 티타니아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발라 일어나는 순간 처음 보는 대상을 사랑하게 만든다. 당나귀로 변신한 보틈의 모습을 보고 다른 퀸스 일행들이 줄행랑을 치자, 자신의 변신을 모르는 보틈은 용기를 자랑하듯 당나귀의 거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의 괴기스러운 목소리는 사랑의 묘약을 바른 티타니아에게는 달콤한 목소리로 들리고 그녀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 된다.


실체가 없는 요정들에게 성적 욕망의 소유자로 표현하는 것은 아테네의 현실과 오베론의 숲을 은유적으로 관련시키고 하는 셰익스피어의 극적 전략이다. 티타니아가 사랑의 묘약의 영향으로 발정이 난 동물처럼 만드는 것은 매우 희극적 효과를 자아내지만, 그 것을 넘어서 풍요제적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즉 아테네 궁전의 지배자인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정략적 결혼은 사랑의 자연적 발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그들의 욕망의 상징인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통해서 은유적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오베론은 우주의 양기를 상징하는 초자연적 존재로서 음기를 대표하는 티타니아의 모성애에 의한 성적 불만족이 보틈을 통해서 극단적으로 나타나도록 연출하는 것이다.


오베론이 티타니아의 반발에 대해 복수를 하기 위해 그녀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떨어뜨리며 외우는 주문에는 성적 능력이 크다고 일컬어지는 산돼지, 삵쾡이, 곰, 표범, 털이 많은 수퇘지가 나온다. 이 야생 동물들은 성적 악마연구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보틈이 변형을 통해서 변신한 당나귀는 강하고 기다란 성기를 가진 동물로 일컬어져 왔다. 문제는 흉측스러운 동물들에게 강하게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티타니아의 이미지는 매우 목가적인 이미지를 가진 부드럽고 아름다운 여성적 존재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성적 관계는 거칠고 힘센 남성성의 소유자가 부드럽고 아름답고 가냘픈 여성을 정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베론이 연출하는 풍요제 의식은 정반대이다. 그는 풍요제의 제사장으로서 그와 성적 관계를 거절했던 티타니아로 하여금 그녀의 무의식적 욕망을 괴기한 모습으로 드러나게 하고자 한다. 괴물 같은 당나귀가 시적인 티타니아에게 강간을 당하게 하는 역설이 가득 찬 이미지인 것이다. 이 순간의 티타니아는 더 이상 아름다움과 추함의 구분이 없는 섹스의 어두운 세계로 강열하게 참여하려고 하는 농염한 성적 절정을 보여준다.  티타니아가 보틈을 껴안고 애무하는 모습은 남녀간의 성적결합의 완벽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의 잠자리에서 요정들을 다 물리치고 자신의 기다랗고 가냘픈 팔로 마치 등나무 넝쿨이 느릅나무를 휘어감 듯이 감미롭게 껴안는다. 그녀는 몰아지경에서 성애를 즐기는 여인처럼 ꡒ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당신을 좋아하는지 모르시죠!ꡓ라고 토로한다. 그녀가 거의 강제적으로 침실로 끌어들여 보여주는 반인반수 상태의 보틈과의 결합은 인간의 의식과 문명적 장애로 인해서 상실되었던 디오니소스적 제의의 원형의 회복을 의미한다. 도덕이나 윤리, 법, 그리고 사회 계급적 갈등에 의해서 형성된 성적 편견은 인간의 자연성을 가로막지만 보틈이 빠져있는 꿈이나 티타니아의 눈에 떨어뜨린 꽃 즙으로 만든 사랑의 묘약이 창조한 마술의 세계에서 연인들의 욕망은 자유로워진다. 큐피드의 화살은 성적 대상에 대해서 무차별적으로 당겨지기 때문에 그 화살을 맞는 연인들은 자신의 의식의 잣대에서 벗어나서 맹목성과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풍요제가 목표로 하는 것은 문명적 일상성이나 경직성에 의해서 상실되었거나 고갈되어가는 생식력과 성의 자연성이다. 테세우스가 결혼하고자 하는 히폴리타는 아마존의 전사들을 대표하는 여왕으로서 그녀의 과거의 아마존은 여인들이 친근하게 처리했던 풍요, 수태, 임신 그리고 출산의 신비를 지닌 여성적 세계이지만, 이제는 남성적 거래와 돈벌이에 대한 불완전한 비유를 통해서만 오베론에게 이해될 수 있다. 티타니아의 보틈과의 성적결합은 테세우스의 강제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혼에 잠재할 수 있는 불모성이나 피상성을 치유하고자 하는 은유적 제의이다. 히폴리타의 사랑이 정략적 거래에서 멈추어서는 다산의 축복을 가져다줄 진정한 성적 결합에 이를 수 없다. 히폴리타의 대리자로서의 티타니아가 꿈속에서나마 보틈과의 몰아적 성적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테세우스와의 결혼에 이루어질 다산의 의식을 전조로서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한국 정치는 또 한 차례 정당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징조를 보이고 있다. 일종의 테세우스와 히폴리타 식의 정략결혼이다. 이런 관계는 진정한 동지애나 신념이 자리할 수 없다. 풍요제가 가지는 농염한 사랑의 진정성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정당원이나 의원들 간의 진정한 정치적 풍요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들의 행복을 상징하는 음양의 조화를 한국정치에서도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7년 0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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