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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194

2026년, 대한민국에 던지는 ‘포용의 사유’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7월 07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끝없이 쪼개지고 갈라지는 파편화의 시대다. 이념과 세대, 성별과 계층이라는 정교한 칼날들이 매일같이 사회라는 유기체를 난도질한다. 나와 조금이라도 결이 다르면 밀어내고, 내 집단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배척하는 것이 마치 영악한 생존 전략처럼 대접받는 작금의 현실이다. 이 삭막한 광장에서 문득 2,000여 년 전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새겨 넣은 거대한 문장들을 불러 세우는 이유는, 우리가 잃어버린 ‘위대함의 조건’이 바로 그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 높이를 이룰 수 있었고,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 하나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 깊이를 이룰 수 있었다."

​이사(李斯)의 상소문이자 사마천이 역사의 행간에 심어둔 이 철학적 비유는 단순히 자연의 거대함을 찬양하는 시구가 아니다. 이는 철저하게 인간 사회, 특히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십과 사회적 공존의 본질을 꿰뚫는 준엄한 경구다.

​태산이 태산일 수 있는 이유는 찬란하고 고결한 바위들로만 이루어져서가 아니다. 발밑에 밟히는 이름 없는 흙먼지, 길가에 굴러다니는 거친 돌멩이 하나까지도 자신을 이루는 소중한 분자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바다 역시 마찬가지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뿐만 아니라, 온갖 오물과 진흙을 머금은 탁한 물줄기까지 모두 제 품으로 끌어안았기에 비로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창해(滄海)가 되었다.

​이를 인간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인물이 바로 제나라의 맹상군(孟嘗君)이다. 그는 신분과 과거를 묻지 않고 천하의 인재를 모아 식객으로 대접했다. 그의 포용은 서슬 퍼런 법의 테두리를 넘어 수배 중인 죄인에게까지 닿았고, 그리하여 그의 문하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들끓었다.

​역사는 때로 맹상군의 이러한 행보를 가리켜 ‘ 쓸모없는 식객을 키운 호사 부리기’라거나 ‘사사로운 세력 과시’라며 폄하하기도 한다. 진나라에서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닭 울음소리를 내고 개 흉내를 내어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이들이 결국 도둑과 사기꾼 같은 자들이었다는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고사는, 그가 모은 이들의 면면이 결코 고결하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마천이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철학적 메시지는 ‘쓸모의 재발견’이다. 세상이 ‘죄인’이라 낙인찍고 ‘함량 미달’이라 버린 이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품어 안는 거대한 품이 있다면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구하는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맹상군의 수천 식객은 단순한 숫자의 과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선입견 없는 신뢰와 차별 없는 수용이 만들어낸 인적 생태계의 승리였다.

​오늘날 우리의 리더십과 사회적 풍토는 어떠한가.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조금만 생각이 달라도 ‘틀린 것’으로 규정하며 배척한다. 군왕이 백성을 차별하면 천하에 덕을 밝힐 수 없다는 사기의 경고는, 오늘날 권력을 쥔 이들과 사회적 발언권을 가진 이들이 뼈아프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깨끗하고 순수한 집단만을 고집하는 사회는 결코 태산처럼 거대해질 수 없으며, 바다처럼 깊어질 수 없다. 그것은 스스로 고립되어 말라 죽어가는 작은 웅덩이가 되는 길일 뿐이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포용이란 나를 허물어 타인을 채우는 일이며, 다른 색깔의 물감들이 섞여 하나의 장엄한 풍경화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진정한 위대함은 매끄럽고 완벽한 것들의 조합이 아니라, 거칠고 모난 것들을 품어 안는 그 품의 크기에서 결정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맹상군이 보여준 ‘차별 없는 환대’의 정신이다. 흙 한 줌을 아쉬워하고 물줄기 하나를 귀하게 여겼던 대자연의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 나와 의견이 다른 이들, 심지어 실패하고 낙인찍힌 이들까지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거대한 품이 필요하다.

비난과 배제의 언어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사마천이 던진 고전의 메아리는 명징하다. 더 크게 품어라, 더 깊게 받아들여라.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분열의 웅덩이를 벗어나, 거대한 태산과 깊은 바다 같은 성숙한 문명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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