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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성의 칼럼] 오케스트라와 수사: 지휘자를 잃은 사법 작용의 미래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7월 02일
 
<이임성/포천신문 논설위원>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이었다. 경기북부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작은 규모의 오페라단을 직접 이끌어온 소프라노 겸 오페라 지휘자를 식사 자리에서 만났다. 예술을 논하던 자리는 자연스레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검찰청 폐지’와 ‘검사의 수사권 박탈’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현 사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에는 물론 저마다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생을 무대 위에서 화음을 조율해 온 음악가의 눈에도, 법전을 조율해 온 실무가의 눈에도 본질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주역 성악가와 화려한 연주자들이다.
 
하지만 그 거대한 무대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과 교감하고, 아우르며, 전체를 이끄는 지휘자(마에스트로)의 몫이다. 하나의 공연을 올리기 위해 수개월간 치열한 연습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공연장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엄정한 평가를 받는다.
 
만약 오페라 공연에서 지휘자를 배제한 채, 성악가와 악기 연주자들만 모여 무대를 채운다면 어떨까. 각자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난들, 서로 다른 소리를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으로 조율하기란 결코 쉽지 않으며 성공적인 공연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사법 개혁의 흐름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이 기정사실화되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사에게 공소 제기와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보완수사권'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비유하자면 대형 오페라의 수많은 연습 과정에서 지휘자를 완전히 배제해 놓고, 막상 본 공연 당일에야 지휘봉을 쥐여주며 무대에 올리는 것과 다름없다. 

지휘자 없이 연습한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낼 리 만무하다. 범죄 수사는 오페라 공연과 매우 닮아 있다. 수사라는 거대한 사법 작용에서도 반드시 전체를 조율할 마에스트로가 필요하다. 무대 위의 지휘자가 언제든 교체될 수 있듯이, 검사라는 지휘자 역시 제도적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지휘자'라는 역할 그 자체를 없애버린다면 그 수사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수사는 단순히 범죄자를 잡아 가두는 행위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 형벌권을 실현하는 고도의 사법 작용이다. 범죄의 인지와 입건에서부터 조서 작성, 현장검증, 압수수색, 그리고 현대 수사에서 필수적인 금융·통신 확인과 감청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땀방울의 결과물은 결국 엄격한 증거재판주의가 지배하는 공개 법정에서 형사재판을 통해 최종적인 유죄 판결로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은 결코 형사법과 형사소송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헌법적 가치는 물론이고, 복잡한 현대 사회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물권법, 채권법, 가족법, 회사법, 수표법, 해상보험법에 이르는 방대한 민·상사법과 수많은 행정법, 특별법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
 
법정에 세우기 전 단계인 수사 과정에서부터 치밀한 법률가적 통제와 컨트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언론 기사들을 읽다 보면 행간에서 법무부 장관의 깊은 고뇌가 고스란히 읽힌다. 집권 여당 내부에서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부작용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는 듯하다.
 
제도가 정교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고쳐지면, 그로 인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선량한 일반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휘자가 없는 오페라가 그저 귀를 괴롭히는 소음에 불과하듯, 법률가적 통제장치가 사라진 국가 경찰 권력은 자칫 통제 불능의 괴물로 변할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여당과 야당이라는 정치적 진영 논리를 걷어내고, 오직 법정에서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실무 변호사의 냉철한 시각으로 사법 개혁을 바라보아야 한다.

첫째, 비대해진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방향은 부득이한 시대적 과제임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그간 숱한 정치적 논란과 부작용을 낳았던 검사의 직접 수사(과거 특수수사 등)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다.

셋째, 그러나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이후, 검사가 재판(공소 제기)을 빈틈없이 준비하기 위해 행하는 보완수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법의 핵심 기능이다.
 
이를 완전히 없애버리면 정밀한 법리 검토를 거치지 못한 부실한 기소나 무리한 무죄 판결이 속출할 것이며, 그 피해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만, 격무에 시달리는 일선 검사들이 이 보완수사권의 존치를 진정으로 원하는지는 별개의 의문이지만 말이다.

넷째, 궁극적으로 사법경찰의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 제도는 유지되어야 하며, 과거의 '경찰 사건 전건(全件) 송치제도'를 복원하는 것만이 사법 공백과 국민 불편을 해소할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수사와 공판을 아우르는 사법 실무의 최전선에 있어 본 이들이라면, 장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 오는 날 만난 음악가가 지휘봉의 무게를 고심하듯, 우리 사회 역시 법치주의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끌 지휘봉을 어떻게 지켜낼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 이임성 변호사 / 포천신문 논설위원, 현)법조윤리협의회 회장 , 전)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전)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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