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10대 강국이자 건설 기술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대한민국.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고속도로는 국가의 혈맥이자 산업의 대동맥이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서해안, 경부, 호남, 수도권 제1·2순환, 그리고 세종-포천 고속도로를 직접 운전하며 목격한 현실은 참담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 위로 덧대어진 임시 보수의 흔적들, 이른바 ‘누더기 도로’가 곳곳에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고속 주행하는 차량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도로 위의 지뢰’와 다름없다.
1. ‘누더기 도로’가 부르는 참혹한 대가
대한민국 고속도로는 전국을 하나로 잇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한국도로공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발생하는 포트홀(도로 파임)은 매년 수천 건 이상 보고된다. 특히 지난 5년간 전국 고속도로 포트홀 발생 건수는 2만 2,000건을 상회하며, 이로 인한 차량 파손 배상 청구 건수 역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고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다. 고속도로 포트홀 사고는 단순한 차량 파손을 넘어,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하는 차량의 조향 상실을 유발하거나, 이를 피하려는 급제동·핸들 조작으로 인한 2차 사고를 야기한다. 사망 사고 통계상 ‘포트홀 직접 사고’로 분류되는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지 모르나, 포트홀로 인해 유발된 2차 사고의 치명률은 매우 높다. ‘누더기 도로’가 주는 반복적인 진동과 떨림 현상은 차량의 현가장치를 마모시키고 운전자의 피로도를 급격히 높여, 결과적으로 대형 참사의 잠재적 도화선이 되고 있다.
2. 왜 ‘누더기’가 되는가: 구조적 결함과 사후 보수의 한계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 변화와 도로 노후화’다. 겨울철 제설 작업에 사용되는 염화칼슘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화학적 결합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여기에 여름철 집중호우가 겹치면 물이 균열 사이로 스며들어 도로 하부 지반을 약화시키고, 결국 포장체가 떨어져 나가는 포트홀이 발생한다.
문제는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사후약방문식 임시 보수’에 치중하는 관리 방식이다. 파손된 곳을 근본적으로 재포장하지 않고, 저렴한 아스콘으로 메우기만 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도로는 울퉁불퉁한 누더기가 된다. 건설업계의 시공 품질 문제와 유지관리 예산의 부족, 그리고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 역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3. 예방을 위한 제언: ‘사전 예방적 유지관리’로의 대전환
이제는 도로 관리의 패러다임을 ‘사후 보수’에서 ‘사전 예방적 관리’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첫째, 스마트 감시 시스템의 전면 도입이다. AI 기반의 포트홀 자동 탐지 장비와 드론, 위성 영상을 활용한 도로 상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전국 고속도로 전 구간으로 확대하여 조기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
둘째, 보수 공법의 고도화가 절실하다. 염화칼슘에 강한 신소재 포장재 도입과 더불어, 보수 시 주변부와의 단차를 최소화하는 ‘영구 복구’를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땜질 처방’은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더 큰 사고를 부르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셋째,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의 책임 경영 강화다. 누더기 도로 발생 빈도가 높은 구간을 ‘집중 관리 구간’으로 지정하고,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 발생 시 공공기관의 배상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넷째, 국회의 입법적 뒷받침이다. 도로 유지보수 예산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의 변방이 아닌 ‘핵심 안전 예산’으로 분류하고, 도로 품질 관리를 국가 등급 체계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결론: 국민의 생명보다 앞선 정책은 없다
도로는 국민이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적인 복지다.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인프라 강국이라 자부하면서, 정작 우리 국민이 달리는 고속도로가 누더기로 방치되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한국도로공사는 이제 ‘속도’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도로 정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전국 고속도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누더기 없는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도로 위에서 불안에 떨며 운전대를 잡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