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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188

장수(長壽)는 우리에게 축복인가 숙제인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01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오늘도 노인대학의 문을 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배움의 열기로 가득 찬 교실을 기대하며 들어서지만, 한편으로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오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집니다. 그분들의 굽은 등과 깊게 파인 주름 속에서 문득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과연 오래 사는 것이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행복일까?”

​백세시대를 축복이라 노래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건강을 잃은 채 이어지는 장수는 때로 본인과 가족에게 가혹한 숙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긴 시간이 진정한 '선물'이 되기 위해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할 조건들은 무엇일까요?

​첫째, '자기 결정권'을 지키는 건강입니다.

​병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 모릅니다. 다만, 내 발로 화장실에 가고, 내 손으로 밥을 먹으며,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신체적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타인에게 전적으로 삶을 의탁하는 순간, 인간의 존엄과 행복은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무병장수보다 소중한 것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유병자립(有病自立)'의 힘입니다.

​둘째, 마음을 나눌 '느슨한 연대'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무서운 적은 질병보다 '고립'입니다. 가족에게만 모든 기대를 걸기보다, 취미를 나누고 안부를 물어줄 동료가 곁에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공동체 속에 있을 때 노년의 외로움은 비로소 설 자리를 잃습니다.

​셋째, 끝까지 놓지 않는 '배움의 끈'입니다.

​노인대학에서 돋보기를 치켜쓰고 글자를 익히는 어르신들의 눈빛은 청년보다 빛납니다.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새로이 알아가는 기쁨,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은 노년기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정신의 노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거두지 않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내려놓음'을 통한 마음의 평화입니다.

​지나온 세월의 영광이나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의 뒤안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삶이 유한함을 인정하고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할 때, 장수는 지루한 기다림이 아닌 깊이 있는 인생의 완성이 됩니다.

​허주(虛舟), 즉 빈 배처럼 마음을 비우고 흐르는 세월에 몸을 맡기되, 그 안에 단단한 철학을 담아야 합니다. 장수는 하늘이 준 기회이지만, 그것을 행복으로 빚어내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오늘도 불편한 다리로 교실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르시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해 봅니다. 그분들의 장수가 고통이 아닌 환희가 될 수 있도록, 따뜻한 말 한마디와 진심 어린 경청으로 그 길에 동행하겠노라고 말입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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