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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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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빛이 완연한 이 계절, 거리마다 색색의 연등이 불을 밝힙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이맘때면 거리는 화려해지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바쁜 일상, 끝없는 경쟁, 그리고 나이 한 살 더 먹어감에 따라 깊어지는 삶의 무게 속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기 때문입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금주산의 금용사를 찾아 법당 기둥에 쓰여진 화엄경에 나오는 ‘발심변성정각(發心便成正覺)’, 즉 ‘처음으로 발심했을 때가 곧 올바른 깨달음을 얻은 때’라는 글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으로 발심했을 때 곧 깨달음을 얻어, 모든 법의 진실한 성품을 알고, 지혜의 몸을 갖추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깨우친다." 이 거창하고도 오묘한 불교의 가르침은, 사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처음 마음을 먹는다는 것의 위대함 우리는 흔히 '깨달음'이나 '성공'을 기나긴 고행 끝에 도달하는 먼 미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처음 마음을 내는 그 찰나의 순간'에 이미 완벽한 깨달음의 씨앗이 완성되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지독한 게으름을 깨고 '내일부터는 다르게 살아야지' 하며 새벽 알람을 맞추는 순간, 누군가를 향한 미움을 내려놓고 '먼저 용서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웃을 보며 '작은 도움이라도 주어야겠다'며 손을 내미는 순간.
그 '처음 마음을 먹는 순간(初發心)' 에 우리는 이미 어둠을 걷어내고 세상의 진실한 성품을 바라보는 지혜를 갖추게 됩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오롯이 내 삶의 주인으로서 우뚝 서는 순간인 것입니다.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다면, 매일이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그러나 세상사가 늘 그렇듯, 가장 어려운 것은 그 '처음의 마음'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첫 출근날의 설렘, 첫사랑의 애틋함, 첫 사업을 시작할 때의 결연함은 시간이 지나며 익숙함과 타성에 젖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마음의 불이 꺼지면, 우리는 다시 남의 시선에 흔들리고 세상의 잣대에 나를 맞추며 방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기린다는 것은, 단지 하루 쉬어가는 공휴일을 즐기거나 연등 아래서 복을 비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내 안의 '초발심'을 다시 깨우는 날이어야 합니다. 내가 처음 품었던 순수한 열정, 세상을 향했던 따뜻한 자비심을 기억해 낸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 지혜의 몸을 갖춘 당당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마음속의 등불을 켜며 이번 부처님오신날에는 거리에 켜진 연등을 바라보며, 내 마음의 어둠을 밝힐 등불도 함께 켜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마음을 내고 있는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겠다는 마음,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겠다는 그 작은 '초발심'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온전한 지혜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 마음을 냈을 때 곧 깨달음을 얻는다는 그 신비로운 기적이, 오늘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의 일상 위에도 가득하기를 두 손 모아 발원합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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