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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정영옥] 혼모노 시대, 포천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0일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요즘 ‘혼모노(ほんもの)’라는 단어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진짜. 본질. 오래 견디는 것. 우리는 너무 빠른 시대를 지나고 있다. 사람보다 이미지가 앞서고, 과정보다 결과가 강조되며, 깊이보다 속도가 칭찬받는 시대다.

잘 포장된 말은 넘쳐나는데 정작 사람의 마음은 쉽게 지치고, 관계는 얇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자꾸 묻게 된다. 무엇이 더 화려한가보다 무엇이 진짜인가를. 포천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며 나는 자꾸 “혼모노”를 생각하게 된다.

포천은 화려한 도시가 아니다. 하지만 오래 살아낸 시간의 결이 남아 있는 도시다. 산과 물, 군사와 농업, 삶의 경계와 이동의 시간이 겹쳐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묵묵히 자기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다.

새벽을 여는 시장 사람들, 묵은 밭의 칡을 손으로 베어내는 농부, 수십 년 한자리를 지켜온 작은 가게들, 아이를 품고 돌보는 공동체의 눈빛들. 이런 것들은 통계로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의 품격은 대개 이런 조용한 것들에서 만들어진다. 나는 인간다움이라는 것도 거대한 사건보다 작은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매일 같은 시간 문을 여는 일, 힘들어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일, 누가 보지 않아도 성실하려 애쓰는 일. 그 반복이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결국 도시의 얼굴이 된다. 우리는 흔히 성공을 능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살아보니 성공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같다.

준비된 시간이 있어야 하고, 시대의 흐름도 따라주어야 하며, 때로는 하늘의 부름 같은 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가보다 그 시간을 어떤 태도로 견뎌냈는가인지도 모른다. 최근 CBMC 포럼에서 겸손과 갈급함, 그리고 성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진짜는 조용하다는 것. 진짜 사람은 자신을 과장하지 않고, 배움을 멈추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자기 몫의 시간을 살아낸다. 혼모노의 시대는 결국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인간다움은 오늘도 아무도 모르게 자기 자리에서 작은 반복을 이어가는 사람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지 모른다.

포천이 그런 도시였으면 좋겠다. 빠르기보다 깊은 도시. 소비보다 서사가 남는 도시. 사람 냄새와 삶의 온기가 오래 머무는 도시.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포천을 떠올릴 때 “진짜 사람이 사는 도시”라고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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