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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186

모두의 존경이였던 스승을 생각합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8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등 뒤를 비추는 등불, 그 영원한 잔상

​해마다 오월의 중순이 되면 거리는 카네이션의 붉은 빛으로 물듭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달력 위의 공휴일이 아니게 된 기념일일지 모르나, 생의 굽이길을 돌아온 이들에게 ‘스승의 날’은 단순히 감사를 전하는 날을 넘어, 내 영혼의 밑바닥에 깊게 뿌리내린 어떤 목소리를 복기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철학자 니체는 "제자가 계속 제자로만 남는다면 그것은 스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역설적인 문장은 스승의 은혜가 가진 진정한 본질을 꿰뚫습니다. 스승은 우리를 당신의 그늘 아래 영원히 가두어 두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의 빛을 찾아 어둠 속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등을 밀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마주 보는 눈빛에서, 같은 곳을 보는 시선으로

​어린 시절 우리가 만난 스승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거대한 산과 같았습니다. 그분들은 지식이라는 이름의 벽돌을 쌓아 우리 삶의 기초를 다져주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깨닫게 되는 스승의 참된 은혜는 그 지식의 양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보이지 않는 유산이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맬 때, 세상이 나를 등졌다고 느낄 때 문득 떠오르는 스승의 한마디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선 '존재의 증명'이 됩니다. "너는 할 수 있다"는 그 투박한 믿음 한 조각이, 훗날 거친 세파를 견디게 하는 가장 강력한 철갑이 되었음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습니다. 스승은 제자의 현재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제자 안에 숨겨진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보고 그것을 믿어준 유일한 목격자였던 셈입니다.

​비워냄으로써 채워지는 가르침

​진정한 스승은 자신을 비워 제자의 공간을 만듭니다. 당신의 권위를 내려놓고 제자의 서툰 질문에 귀를 기울일 때, 지식은 비로소 지혜로 승화됩니다. 우리는 스승에게서 '정답'을 배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질문하며 살 것인가'를 배웠습니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누군가의 선배가 되고, 부모가 되며, 사회의 어른이 된 우리에게 스승의 은혜는 이제 하나의 부채감으로 남습니다. 그 부채감은 갚아야 할 빚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받은 그 따뜻한 시선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거룩한 의무감에 가깝습니다.

​다시, 그 등불을 생각하며

​신영복 선생님은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오늘,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해둔 스승의 함자를 가만히 불러봅니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건넨 것은 교과서 속의 문장이 아니라,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할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비록 세월이 흘러 스승의 머리칼엔 서리가 내려앉고 우리의 모습 또한 변했으나, 그분이 비춰준 등불의 잔상은 여전히 우리의 등 뒤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스승의 은혜란, 결국 내가 나로서 온전히 설 수 있게 해준 그 모든 '믿음의 총합'입니다. 그 숭고한 사랑 앞에 고개 숙여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당신이 계셨기에, 오늘의 내가 비로소 존재합니다.  이땅의 모든 스승들께 감사드립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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