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년 전인 2005년, 현직 검사 시절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에서 6개월간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인구 1,000만 명의 뉴욕시는 맨해튼, 브루클린, 브롱스, 퀸즈, 스테튼아일랜드 등 5개 자치구(Borough)로 나뉘어 있었고, 각 구마다 독립적인 지방검찰청이 설치되어 있었다.
뉴욕의 지방검사장은 임기 4년으로, 주민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선출된 검사장은 임기 3년의 검사(Assistant District Attorney)들을 직접 채용하는데, 당시 브루클린 검찰청에만 약 300명의 검사가 근무 중이었고 인근 검찰청들도 규모가 비슷했다. 검사들은 공판부, 대배심부, 항소부 등 재판 관련 부서는 물론 가정폭력·성범죄부, 마약부, 특별수사부 등 수사 부서에서 활약했다. 수사 검사들은 뉴욕시경(NYPD)에서 파견된 언더커버 등 경찰관들의 협조를 받아, 지방검사장의 명의로 뇌물, 마약, 살인 등 중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수장은 전설적인 검사장 로버트 모겐소였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검사 출신인 그는 주가조작과 공직자 뇌물 수사의 베테랑이었다. 특히 월스트리트의 증권·기업 범죄 등 대형 화이트칼라 범죄와 조직범죄, 테러 대응에서 탁월한 평가를 받았다. 1975년 처음 선출된 모겐소는 시민들의 압도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무려 9번이나 연임했다. 그는 2009년, 90세의 나이로 퇴임할 때까지 35년간 검사장직을 수행했다. 필자가 근무했던 브루클린의 찰스 헤인스 검사장 역시 4선을 기록했는데, 그는 뉴욕 최초로 가정폭력 전담 수사부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모겐소의 후임인 사이러스 밴스 또한 주목할 만하다. 부패 및 기업 범죄 전담 특별수사부(Rackets Bureau) 출신인 그는 2009년 출마 당시 ‘지역 기반의 사법 정의(Community-based justice)’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금융위기로 고통받던 뉴욕 시민들에게 월스트리트 금융 범죄 척결을 약속한 것이다. 취임 후 그는 대형 경제사범 처단에 집중해 3억 5,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벌금을 환수하는 성과를 냈고, 그 결과 5회 연속 당선되어 2021년 퇴임했다. 이처럼 뉴욕의 검사장들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의 특색과 주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권한 행사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동안 한국 검찰은 그 공과와는 별개로 ‘선출되지도, 교체되지도 않는 권력’으로서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받아왔다. 역설적이게도 국가조직 중 인사권자인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정치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조직이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 끝에 결국 올해 10월, 검찰청 자체가 폐지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 검찰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우리도 미국처럼 검사장(또는 공소청장) 주민 직선제를 도입하면 어떨까? 직선제는 조직에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조직 구성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집권적인 거대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출된 검사장은 중앙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보다, 지역 주민의 현안과 형사정책적 수요를 해결하는 데 전념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의 5개 검찰청을 비롯해 부산, 인천, 수원, 의정부 등 전국 18곳의 지방검찰청(공소청)이 있다. 직선제를 도입한다면 이 18곳의 수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게 된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임기, 연임, 선거 관리 및 주민소환 등 세부 사항은 현행 교육감 선거 규정(지방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을 준용하면 충분하다. 우리 국민이 검찰 권력을 직접 뽑아 쓰는 진정한 사법 민주주의의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이임성 변호사 / 포천신문 논설위원, 현)법조윤리협의회 회장 , 전)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전)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