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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영옥] 흩어져도, 다시 만나는 나라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05일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다. 비행기는 착륙하지만 외교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남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인상이고, 계약서가 아니라 마음의 결이다. 신경림은 말했다. 묻지 말고 흩어지자고.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캐묻지 말자고. 손을 놓고 각자의 길로 가되, 언제고 다시 만날 것을 믿자고.

국가 간 관계도 다르지 않다. 오늘은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날 것을 아는 사이. 그 믿음이 있을 때 악수는 거래가 아니라 약속이 된다. 한강의 문장은 더 낮은 결로 흐른다. 말하지 않아도 남는 것, 사라진 뒤에 더 또렷해지는 공기. 외교 역시 그렇다.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돌아선 뒤에도 남는 인상. 침묵 속에서 자라는 신뢰.

나는 주부다. 밥을 짓고, 사람을 기다리고, 떠난 자리를 정리한다. 가족은 매일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묶어두지 않아도 돌아온다는 믿음이 집을 지탱한다. K-이음이 말하는 ‘정’은 붙잡는 힘이 아니다. 흩어질 수 있게 하되, 다시 건너올 다리를 남겨두는 구조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각자의 역사와 언어를 안고 있다. 쉽게 묶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필요하다. 강한 결속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는 연결.

이번 순방을 두고 무엇을 얼마나 얻었는지부터 묻기보다, 어떤 마음을 남겼는지 돌아볼 일이다. 각국 시민의 눈을 어떻게 마주했는가. 우리의 진심이 어떤 결로 전해졌는가. 묻지 말고 흩어지자. 그러나 다시 만나자.

그 믿음이 ‘정’이고, 그 정이 그리움이며, 그리움은 결국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다시 잇는다. 대통령이 돌아오는 오늘, 한 주부의 마음도 함께 돌아온다. 멀리 다녀온 이를 향해 따뜻한 밥을 내어놓듯, 대한민국 또한 묻기보다 믿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흩어져도 우리는 다시 만나는 나라. 그 신뢰 위에 내일이 놓이기를 기대한다.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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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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