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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영옥] 아시아라는 이름의 그리움

- 싱가포르 대통령 방문을 바라보며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03일
 
< 정영옥/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Singapore 대통령의 대한민국 방문 소식을 들으며 한 장면을 떠올렸다. 공식 만찬도, 경제 협력도 아닌 영화 한 편. 만약 그 자리에서 서편제가 상영된다면 어떨까.

판소리의 울림, 길 위의 사람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 그것은 한 나라의 전통을 넘어 아시아가 공유하는 정서에 가깝다. 급속한 근대화, 식민의 기억, 분단과 이주, 그리고 산업화의 압축 성장. 서로 다른 언어와 제도를 가졌지만, 비슷한 속도로 흔들리고 달려온 대륙의 감정선.

싱가포르의 국화인 Vanda Miss Joaquim은 교배종이다. 다른 뿌리가 만나 새로운 생명을 이룬 상징이다. 다민족 사회의 구조를 꽃으로 설명하는 나라.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답 중 하나가 ‘영화’라고 생각한다.

「서편제」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느리고 건조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그리움이 있다. 사라질지 모르는 것에 대한 애틋함.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 소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사람들의 고집. 그 고집은 낡음이 아니라 지속의 방식이다.

만약 이 영화를 싱가포르에 소개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문화 수출이 아닐 것이다. 아시아가 서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 경제 협약이 계약이라면, 영화는 공감이다. 기술이 속도를 맞추는 일이라면, 문화는 마음의 간격을 줄이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K-콘텐츠를 말한다. 세계 시장, 조회 수, 흥행 성적.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그리고 무엇을 함께 느끼고 싶은가. 싱가포르는 난초로 자신을 설명한다. 작지만 단단하고, 섞였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구조. 대한민국은 소리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다. 길 위에서 울리는 한(恨)의 선율, 그러나 끝내 이어지는 가락.

아시아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이미 닮아 있다. 빠른 성장의 뒤편에 남겨진 그리움. 전통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선택해야 했던 시간. 그래서 「서편제」를 상영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공식 의전의 공간에서, 조용히 흐르는 판소리 한 대목. 그것은 국가 간 외교를 넘어 감정의 외교가 될지 모른다.

수출은 물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서도 수출할 수 있다. 시민의 눈으로, 주부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더 분명해진다. 우리가 가진 가장 강한 자산은 기술만이 아니라 기억이다.  아시아에 대한 그리움. 어쩌면 그것은 서로의 시간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난초가 외교의 상징이 되듯, 영화 한 편도 관계의 다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세계에 건넬 것인가. 속도가 아닌 울림으로 답할 수 있다면, 그리움은 약점이 아니라 힘이 된다.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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