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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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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과 흙, 그리고 소리로 빚어낸 인고의 세월 청산도는 척박한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일궈낸 선조들의 위대한 투쟁과 예술적 한(恨)이 서린 땅입니다.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내려온 정착의 역사는 산비탈을 깎아 만든 '구들장 논'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돌을 쌓고 진흙을 발라 물을 가두었던 그 끈질긴 생명력은, 섬사람들이 견뎌온 억척스러운 세월의 훈장과도 같습니다.
소리의 길, 서편제길을 내고은 님들과 걸었습니다.유봉과 송화, 동호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그 구불구불한 돌담길은 이제 '슬로길'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곳의 역사는 단순히 기록된 문자가 아니라, 굽이치는 길 위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꾼들의 숨비소리와 가락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범바위의 자기장 기운과 보리밭 사이로 흐르는 밞의 선율을 따라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과 걷는 이 길 위로, 어디선가 낮은 북소리와 함께 애절한 서편제의 선율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강력한 자기장이 흐르는 신비로운 범바위 끝에 서면, 발아래로 펼쳐진 다도해의 푸른 물결이 마치 거대한 판소리의 한 대목처럼 웅장하게 다가옵니다. 친구들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니, 세상의 복잡한 소음은 사라지고 우리들의 웃음소리만이 파도와 섞여 나갑니다.
나른바다과 초록빛 보리가 넘실대는 돌담길을 걷다 보면, 영화 속 세 주인공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내려오던 그 유명한 롱테이크 장면이 겹쳐 보입니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응 응 응...." 비록 소리꾼은 아니어도, 친구들과 함께 걷는 이 걸음 자체가 가락이 됩니다. 삶의 애환을 예술로 승화시킨 서편제의 가락처럼,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가져온 고민들을 이 길 위에서 달래고 다독여 봅니다.쑥향기에 섞여 드는 환청 같은 대금 소리가 우리의 여행을 더욱 애틋하고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범바위의 웅장한 호연지기의 기상과 구들장 논에 담긴 선조들의 땀방울과 지혜 , 그리고 고분군이 말해주는 유구한 시간 이 모든 풍경 위로 서편제의 아름다운 선율이 덧입혀진 청산도는 우리에게 단순한 관광지 그 이상이었습니다.
척박한 땅을 옥토로 일궈낸 구들장 논처럼, 그리고 한(恨)을 흥(興)으로 풀어낸 소리꾼의 가락처럼, 우리 친구들의 우정도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고 넉넉해지길 소망해 봅니다. 이 느린 섬에서 배운 '함께 걷는 법'을 가슴에 품고,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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