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일, 우리는 제107주년 3·1절을 맞는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을 시작으로 들불처럼 번진 만세의 함성은 총칼보다 강한 시민의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었다. 3·1운동은 일제의 식민 통치에 항거한 거족적 독립운동이자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 정신은 상하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졌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뿌리가 되었다.
당시 선열들이 외친 “대한독립 만세”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었다. 하나는 외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자주독립의 의지였고, 다른 하나는 국민 스스로 나라의 주인이 되겠다는 민주공화의 다짐이었다. 우리는 흔히 전자를 더 크게 기억하고 있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은 오히려 후자에 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바로 3·1정신의 본질이다.
2026년의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취와 깊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K-방산과 K-문화가 주목받고,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 산업은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양극화의 심화,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세대의 주거·일자리 불안, 정치 불신의 확산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엄연한 현실이다. 경제 규모의 성장만으로는 국민의 체감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외부의 도전보다 내부의 분열이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쟁과 진영 논리에 갇혀 민생을 뒤로 미룬다면 이는 3·1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는 태도라 할 수 없다. 독립선언서에 담긴 자주·평등·인류 공영의 이상은 오늘의 정치와 행정 속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책임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3·1운동은 비폭력 시민운동이었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적으로 규정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의 해법을 찾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국민을 편 가르기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통합의 주체로 세우는 정치가 절실하다.
아울러 3·1정신은 책임의 정신이다.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울 때 거리로 나섰던 평범한 시민들처럼 오늘의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공직자는 청렴과 봉사로, 기업은 공정과 상생으로, 언론은 진실과 균형으로, 시민은 참여와 연대로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순국선열에 대한 가장 진정한 추모일 것이다.
3·1절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래를 다짐하는 날이다. 독립을 외쳤던 그 함성은 이제 정의로운 국가, 품격 있는 정치,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를 향한 약속으로 이어져야 한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나라가 아니라, 정치가 국민의 삶을 먼저 걱정하는 나라. 그 나라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107년 전 선열들의 뜻을 오늘에 되살리는 길이다.
2026년 3·1절! 우리는 다시 묻는다. 우리는 과연 3·1정신 앞에 당당한가. 그 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은 더욱 성숙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것이다.
2026년 3월 1일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 3·1정신, 다시 국민에게 묻다 > 1919년 3·1운동의 독립선언서를 배경으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군중과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사진으로 3·1정신의 계승과 오늘의 시대적 책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