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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병우] 관세는 무효가 되었지만,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 미 대법원 판결 이후의 통상 질서와 한국의 선택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4일
 
< 이병우 / SJ컨설팅 대표 >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자산 동결과 거래 제한 같은 경제 제재는 허용하지만, 관세 부과 권한까지 부여한 법은 아니라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헌법상 관세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원칙을 6대 3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통상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이다. 행정부가 모호한 법 해석을 근거로 중대한 무역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법적 경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내 중소기업들이 “불법 관세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관세 부담의 대부분이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리 판단을 넘어 ‘정책 비용의 현실’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관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세의 법적 근거가 이동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글로벌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상향했다. 150일 한시라는 제약이 있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동시에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와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라는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법적 틀은 바뀌었지만, 통상 압박 전략 자체는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약 1750억 달러로 추산되는 기존 관세의 환급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실제로는 수년간의 소송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과 일본, 한국 역시 대미 투자 약속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안보와 통상이 결합된 구조에서 섣부른 후퇴는 더 큰 불확실성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복잡하다. 법적으로 상호관세는 무효이지만, 대체 관세 15%가 가동되면서 실질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232조와 301조를 통한 품목별·산업별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 자동차, 배터리, 첨단소재 등 전략 산업은 언제든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한국 기업이 납부한 약 35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도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 현지 법인이 없는 중소기업은 절차적 대응조차 쉽지 않다. 결국 불확실성의 비용은 대기업보다 대응 여력이 약한 주체들에게 먼저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관세 위법’ 여부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 내부의 권한 균형 문제다. 진짜 문제는 글로벌 통상 환경이 법적 안정성보다 정치적 계산에 더 크게 좌우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협상의 압박 장치가 되었고, 법적 판결조차 전략적 재설계의 계기로 활용된다.

한국의 선택은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150일 한시 관세 기간 내 산업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불공정 조사 가능성에 대한 대응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공동 환급 대응 창구와 통상 리스크 컨설팅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대미 투자와 안보 협력의 틀 속에서 통상 협상의 구조를 재정비하고, 공급망 다변화와 시장 분산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관세율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대법원 판결은 행정권 남용에 대한 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세계 무역 질서의 혼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세는 무효가 되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낙관도 공포도 아닌, 구조를 읽는 냉정한 전략이다.

 2026.02.23 

< 이병우 / SJ컨설팅 대표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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