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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호열] 무기징역 선고와 12·3의 교훈: 민주주의는 죽지 않는다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0일
 
     <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현대사는 일순간 멈춰 섰다.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가르며 서울 도심에 등장한 장갑차와 국회 담장을 넘는 무장 군인들의 모습은,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민주주의 성벽이 얼마나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2개월이 흐른 2026년 2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는 '12·3 내란 사건'의 정점에 서 있던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이라는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

​​사법부의 이번 선고는 단순한 형사 처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권력을 사유화하여 국가의 근간인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한 시도에 대한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준엄한 응답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무시한 자의적인 권력 행사였으며, 국회의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내란 행위"라고 명시했다. 이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역사적 기록이다.

​필자는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그날의 현장을 생생히 기억한다. 계엄령 선포 직후 국회로 향하던 시민들의 절박한 발걸음과, 여야를 막론하고 계엄 해제를 위해 본회의장에 모여 거수를 표했던 의원들의 결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비록 헌정 질서가 일시적으로 흔들렸으나, 우리 국민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그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해 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특별검사팀이 '사형'을 구형했던 것은 그만큼 이 사건이 지닌 역사적 죄과가 무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헌정 파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법의 의지였다.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을 선택한 것은, 극형을 통한 단죄보다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해자를 영구히 사회와 격리함으로써 헌법 유린의 대가가 무엇인지 역사에 똑똑히 새기겠다는 고뇌 어린 결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사법적 정의는 실현되었을지언정, 국민의 마음속에 남은 깊은 상처와 국격의 실추는 단 한 장의 판결문으로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하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제도적 보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계엄령 선포 요건을 더욱 엄격히 규정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화하며, 위헌적 지시에 대한 거부권을 명문화하는 등 민주적 통제 장치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잠시라도 감시의 끈을 놓는 순간 독재의 망령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시(詩)를 쓰고 글을 쓰며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고귀한 정신을 알려왔다. 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정의로운 사회, 법치가 바로 선 국가 위에서만 꽃필 수 있다. 2026년 2월 19일의 선고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훼손된 헌법 정신을 복원하고 국민 화합의 길로 나아가는 대장정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12·3 사건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자명한 진리를 일깨워 주었다. 이번 판결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 법치 국가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역사는 오늘을 기록할 것이다. 권력은 유한하나 국민은 영원하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그 평범하고도 위대한 진실을 말이다.

​2026년 02월 20일

<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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