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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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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병오년, 설날 아침 뜨거운 불의 기운 속에서 우리 안의 이목구비(耳目口鼻)를 일깨웁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습니다. 거침없이 달리는 적토마의 갈기처럼, 세상은 온통 뜨거운 양(陽)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거대한 에너지는 때로 만물을 소생시키는 따스한 온기가 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길이 되기도 합니다. 이 역동적인 기운을 내 삶의 복으로 만드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가 잠시 잊고 살았던 ‘사람의 본성’을 다시 일깨우는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각자의 고집과 욕심이라는 견고한 성벽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쇠망치로도 깨지지 않을 듯 단단한 마음의 벽 뒤에서, 우리는 타인을 향한 공감보다는 차가운 숫자와 무분별한 분노에 익숙해졌습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마음의 샘물은 말라가고, 어느새 사람의 따스한 동반자의 길보다는 거친 경쟁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봅니다.
우리 몸의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나를 찾는 네 개의 창입니다. 병오의 뜨거운 열기가 스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몸의 가장 정직한 통로인 이목구비를 맑게 닦아낼 시간입니다.
귀(耳), 낮은 곳의 절규를 들어야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나를 앞세우는 오만한 함성과 날카로운 소음에 너무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소란함에서 고개를 돌려, 고통받는 이의 작은 신음과 대지가 건네는 낮은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타인의 아픔을 받아들이는 ‘경청’이 시작될 때, 닫혔던 마음의 하늘길도 비로소 열릴 것입니다.
눈(目), 이치와 사람을 바로 볼줄 알아야 한다. 세상의 아픔을 마치 남의 일처럼 구경하는 냉소적인 시선 대신, 현상 너머의 진심을 꿰뚫어 보는 따뜻한 안목이 필요합니다. 상처 입은 영혼의 결을 부드럽게 읽어내는 눈동자를 가질 때, 우리가 사는 이곳은 비로소 ‘사람의 향기’가 나는 땅이 됩니다.
입(口)과 코(鼻), 생명의 향기를 전하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던 말 대신 향기로운 위로의 말을 입술에 담고, 맑은 하늘의 기운이 드나드는 통로를 청결히 합시다. 내뱉는 숨이 배려가 되고 들이쉬는 숨이 경외가 될 때, 우리를 감싸던 탁한 기운은 물러가고 참사람의 맑은 기운이 솟구칠 것입니다.
잠시 멈춰, 관조하며, 숨을 고르다(止觀息)의 지혜로 인생은 미워하며 살기엔 너무나 짧고, 사람으로 살아가기엔 더없이 눈부십니다. 병오년의 붉은 태양 아래 당당히 서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마음의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지(止)는 비난하고 싶을 때 잠시 입을 다무는 절제입니다. 관(觀)은 눈앞의 이익보다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의 가치를 보는 노력입니다. 식(息)은 하루 한 번, 대자연의 숨결을 깊게 마시며 내가 존엄한 ‘사람’임을 기억하는 숨 고르기입니다.
다시, 사람의 빛을 깨우며 세상이 각박하다고 탓하기 전에 내 안의 선한 빛을 먼저 불러내야 합니다. 우주의 이치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 얼굴의 이목구비 안에, 그리고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 안에 이미 깃들어 있습니다.
2026년, 병오년의 불길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대신 그 뜨거움으로 우리 안의 낡은 고집을 태워버리고, 정화된 얼굴로 서로를 마주합시다. 남은 생은 진정 사람답게, 그리고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는 부드러운 결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맑은 정신으로, 사람 되어 다함께 사는 길을 열어볼까요?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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