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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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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을 살며 몸으로 배운 것이 있다. 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고이는 순간 썩기 시작한다는 것. 나는 그것을 ‘수분의 철학’이라 부른다.
수분은 스스로 경계를 만들지 않는다. 낮은 곳으로 흐르고, 틈이 있으면 스며들고, 막히면 돌아간다. 고이면 부패하지만 흐르면 생명을 살린다. 이 단순한 원리는 도시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발표된 GRDP 수치는 분명 의미가 있다. 포천시가 경기북부에서 높은 1인당 GRDP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산업 기반이 단단하다는 증거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제조업과 기업 유치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도시는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있지만,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다. 양주시에 거주하고 포천에서 일하며 서울에서 소비하는 생활 패턴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생활권은 하나로 흐르는데 정책은 여전히 경계를 기준으로 설계된다. 여기서 구조의 왜곡이 생긴다.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라는 질문은 출발부터 틀렸다. 경쟁 구도는 행정의 성과를 비교할 뿐,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GRDP는 도시의 체력을 보여주지만, 시민의 체감 행복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분의 철학은 말한다. 막힌 곳을 뚫고 흐름을 살리라고. 포천의 다음 단계는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다. 더 많이 만드는 도시에서 더 잘 흐르게 하는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업 기반은 유지하되, 친환경 전환과 스마트화, 첨단소재 산업과 문화·관광의 융합을 통해 질적 성장을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북부 생활·경제권을 하나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광역적 시야가 필요하다.
도시는 담장이 아니라 통로가 되어야 한다. 경계를 세우는 대신 연결을 설계해야 한다. 성과를 쌓는 대신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의 주어는 시청이 아니라 사람이다. 행정의 목표는 순위가 아니라 삶의 질이다. 수분은 낮은 곳으로 가며 생태를 만든다.
도시도 그래야 산다. 이제 포천은 수치를 넘어 구조를 논해야 할 때다. 경계를 지키는 도시가 아니라 흐름을 만드는 도시로.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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