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1 오후 04:29:0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170

태풍이 거목을 만듭니다.​ 안온함이라는 독(毒)과 시련이라는 근육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13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봄을 재촉하는 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길 위에서 만난 한 노농(老農)의 말은 나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가물지 않게 봄비가 자주 내려서 참 좋습니다"라는 나의 덕담에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읊조렸습니다.

​"이런 편안한 날씨만 계속되면 식물은 깊이 뿌리를 내릴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겉으로만 몸을 키우다 태풍이 오면 속절없이 쓰러지고 말지요." ​그 투박한 한마디는 우리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대개 평탄한 삶을 소망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생명을 지탱하는 '진짜 힘'은 결핍과 고난 속에서 길러집니다.

지표면의 수분만으로는 부족할 때, 나무는 생존을 위해 암반을 뚫고 지하 깊숙이 뿌리를 뻗습니다. 그렇게 내린 뿌리는 훗날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거목의 토대가 됩니다.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는 살아있음의 증거입니다.

​장자(莊子)는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이라 했습니다. 거대한 대붕은 매서운 바람을 거슬러 창공을 가르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거친 물살을 거슬러 상류로 치고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역사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삶을 반추해 보면, 그들의 유년기에는 예외 없이 거대한 장벽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장벽은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발판이었습니다. 역경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시간들이 결국 그들의 내면을 단단하게 단련시킨 것입니다. 삶이 ​흔들린다면 단단한 결실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세요.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작은 흔들림조차 불안해하며 안온함만을 쫓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매서운 역풍과 시련은, 사실 우리의 의지를 더 깊은 곳에 뿌리 내리게 하려는 하늘의 섭리일지도 모릅니다. 고난은 극복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우리를 무너지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최고의 스승입니다.

​민족의 영성(靈性)이 새롭게 깨어나는 설 명절입니다. 지금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거나 거센 역풍 앞에 서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하늘을 품은 대붕이며, 펄떡이는 생명력을 가진 물고기입니다.

​이번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서로의 고충을 보듬으며 마음의 뿌리를 더 깊게 다지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오늘의 흔들림을 견뎌낸 여러분의 내일에는 반드시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달콤한 결실이 맺힐 것입니다. 행복한 귀향길 되세요.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13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