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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영옥] 같은 밤에 공존하는 세계

-『존재와 시간』을 읽으며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6일
 
< 정영옥/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은 서울대 학생들에게도 쉽지 않은 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어렵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이고 읽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제목, ‘존재와 시간’이라는 다섯 글자가 이상하게도 한눈에 들어왔다. 이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이해하기 전에 먼저 나를 불러 세운다. 문장은 복잡하고 개념은 추상적이다. 하이데거의 사유는 여러 겹으로 얽혀 있어 한 문장을 여러 번 읽고, 멈추고,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철학의 난해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다루는 주제—인간 존재의 본질—이 얼마나 깊고 복합적인지를 보여준다. 읽는 동안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본다. 이 문장은 철학이 아니라 내 삶을 향한 질문으로 다가왔다.

『존재와 시간』을 읽으며 불안과 혼돈, 고독과 동시에 열려 있는 가능성을 강하게 체험했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이러한 감정들을 피해야 할 상태가 아니라 존재를 자각하게 하는 계기로 해석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과거와 미래를 넘어서 ‘지금-여기’의 존재 방식을 끝까지 묻는 태도였다. 개념은 어려웠지만 반복해서 읽다 보니 끊임없는 질문과 사유를 통해 생각의 근육이 단련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감히 말하고 싶다. 『존재와 시간』은 읽고 나서 답을 얻는 책이 아니라 질문을 얻게 되는 책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나는 자녀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식이나 성취보다 자기 삶을 책임지며 살아간 한 사람의 태도, 그 흔적이야말로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유산이 아닐까.

같은 밤을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말한다. 존재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살아내야 할 과제라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다음 미독회 자리에서 각자의 질문을 안고 함께 만나기를 바란다. 정답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서로를 만나는 자리이기를.

ⓒ 포천신문

 < 정영옥/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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