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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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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은 가장 일상적인 식재료이자 국민 식탁의 기본이다. 밥상 위의 반찬이자 도시락의 시작이며, 아이들의 아침과 어르신의 영양을 동시에 책임지는 ‘생활 필수 식품’이다. 그렇기에 계란값의 변동은 단순한 물가 지표를 넘어 국민 체감 경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최근 ‘계란 한판 7천 원 시대’, 나아가 ‘1만 원 경고’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계란값 상승의 직접적인 계기는 반복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다. 올겨울에도 대규모 산란계 살처분이 이어지며 공급 불안이 현실화됐다. 여기에 설 명절을 앞둔 소비 증가, 불안 심리에 따른 가수요가 겹치며 가격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7천 원을 넘어섰다. 단기간의 급등은 아니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익숙했던 가격대”가 무너졌다는 상실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는 단기 요인에만 있지 않다. 국내 계란 산업은 오랜 기간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었다. 대규모 밀집 사육에 따른 방역 리스크, 사료비·에너지 비용 상승, 유통 단계의 불투명한 가격 형성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다. 생산은 비교적 안정적인데도 가격이 급변하는 이유는, 수급 조절 장치와 가격 완충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꺼내든 ‘수입 계란’ 카드는 이러한 상황에서의 응급 처방이다. 미국산 신선란 224만 개 수입은 국내 하루 소비량의 약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상징적 의미는 분명하다. 물량 자체보다 “더 오를 수는 없다”는 가격 저항선을 시장에 제시하는 효과,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 간 할인 경쟁을 유도하는 신호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과거에도 제한적 수입과 비축 물량 방출이 맞물리며 가격 상승세가 완화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러한 대책은 어디까지나 단기적 대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계란 수급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방역 중심의 축산 정책 강화, 분산 사육 시스템 도입, 생산·유통 정보의 투명화, 공공 비축 제도의 실효성 제고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수입에 의존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가 문제를 단순히 정쟁의 소재로 삼거나, 현금성 정책의 공과를 놓고 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생활물가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초당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계란 한판의 가격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또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과도한 사재기나 불안 심리에 휩쓸린 소비는 오히려 가격 불안을 키운다. 합리적인 소비와 대체 식재료 활용, 가격 정보에 대한 관심이 시장 안정에 작은 힘이 될 수 있다.
계란값 논란은 우리 사회의 물가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일상의 식탁이 흔들릴 때 국민의 불안은 커진다. 정부·정치권·산업계·소비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한판 7천 원’이 아닌 ‘안정된 밥상’이라는 더 중요한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2026년 02월 02일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시인, 포천특산물협동조합 이사장, 경기대진테크노파크 임원, (사)이디오피아벳 IT.에너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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