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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호열] 수출 7천억 달러, 대한민국이 세계 6번째로 해냈다

​"1948년 첫 수출 이후 77년의 대장정,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29일
 
     <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  

오늘 대한민국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숫자 하나를 넘어, 한 민족의 현대사가 응축된 거대한 역사적 임계점을 통과했다. "수출 7천억 달러 돌파" 이 경이로운 기록은 단순한 통계적 실적이 아니다. 척박한 황무지에서 꽃을 피워낸 우리 국민의 불굴의 의지, 그리고 전 세계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뒤에 부여한 깊은 신뢰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거대한 총합이다.

​1948년, 변변한 자원 하나 없이 미미하게 시작했던 첫 수출의 발걸음 이후 7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단 한 순간도 멈춰 서지 않았다. 참혹했던 전쟁의 폐허 위에서 시작해, 국가 존립을 흔들었던 외환위기, 유례없는 세계 금융위기, 그리고 전 지구적 재난이었던 팬데믹까지. 수많은 파고가 우리 앞을 가로막았으나, 우리는 그 위기를 디딤돌 삼아 끝내 이 영광스러운 지점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수출 7천억 달러를 달성한 세계 여섯 번째 국가"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G7급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이 성취는 결코 우연의 산물도, 운 좋게 찾아온 일시적인 호황의 결과도 아니다.

​이 숫자가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남다르다. 이것은 단순한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한국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어떤 외부의 충격과 불확실성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 특유의 강력한 회복력(Resilience)을 상징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과거 노동 집약적 산업에 기대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자동차와 반도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조선과 철강,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와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은 K-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수출 포트폴리오는 견고해졌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단순한 제품의 품질을 넘어, 국가의 신인도와 가치를 대변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좁은 땅에서, 우리는 오직 인간의 기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길을 만들어왔다. 불리한 지리적·자원적 조건은 오히려 우리에게 극복해야 할 과제이자 도전의 연료가 되었다. 그 성취의 중심에는 밤낮을 잊고 연구에 매진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던 수많은 기업인의 끊임없는 투자와 눈물이 있었다.

​강성 노조 논란과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건비, 그리고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당장의 이익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위험을 감수하며 미래 원천 기술에 투자했고, 한발 앞선 판단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 왔다. 그들의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마주한 7천억 달러라는 금자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찬란한 성취의 순간일수록 우리는 더 차갑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논쟁, 널뛰는 유가와 환율의 불안정성,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지정학적 안보 위기까지. 우리 앞에는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금의 성취에 도취해 경계심을 늦춘다면, 오늘의 영광은 내일의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수출 강국이라는 지위는 한 번 올랐다고 해서 영원히 보장되는 훈장이 아니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치열하게 지켜내야 하는 처절한 자리다. 자만은 가장 빠른 후퇴의 지름길이며,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의 축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정교하고 치밀한 국가적 전략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기업이 마음껏 운동장을 누비며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낡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다듬고, 수출 품목의 고도화와 시장의 다변화를 국가적 명운을 건 전략으로 이끌어야 한다. 노동계 또한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대립과 갈등의 구도에서 벗어나 상생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쫓기보다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며, 세계 시장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기업과 노동, 그리고 정부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책임을 다할 때, 대한민국은 앞선 나라를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 세계의 표준이 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다. 결국, 세계 일등 기업과 일등 국가는 상생의 토양 위에서만 탄생하기 때문이다.

​수출 7천억 달러는 기나긴 여정의 종착역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선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역사 속에서 수차례 증명해 보였다. 위기를 기회로 치환하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가능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나라임을 말이다. 이제 우리는 오늘의 성취를 디딤돌 삼아, 더 멀리 내다보고 더 단단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2025년 12월 29일

<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시인, 포천특산물협동조합 이사장, 경기대진테크노파크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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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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