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3일, 전국의 수험생들이 인생의 첫 관문이라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의 땀과 눈물이 응축된 결과를 가늠하는 날이자, 각자의 꿈을 향한 첫 단추를 꿰는 순간이다.
이 하루를 위해 수험생뿐 아니라 부모와 가족, 교사까지 모두가 긴 여정을 함께 걸어왔다. 밤늦은 독서실 불빛 아래의 불안, 새벽녘 도시락을 싸던 부모의 손길, 그리고 “괜찮다”며 웃어 보이던 아이들의 떨림이 서로의 마음을 감싸 안는다.
수능은 단지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공정’과 ‘기회’를 어떻게 분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래서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국민 모두가 함께 긴장하고, 함께 기도한다.
그러나 수능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사교육’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을 뿌리 뽑겠다”는 공약이 반복되지만, 현실은 오히려 더 깊고 견고한 사교육의 늪에 빠져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공교육 모범국으로 꼽히며, 사교육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대학들을 키워냈다. 반면 대한민국은 천문학적인 사교육비가 부모의 어깨를 짓누르며, 아이들의 미래를 소득에 따라 갈라놓고 있다.
정치권 역시 자유롭지 않다. 일부 정치인과 사교육 기관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이해관계의 얽힘은 교육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심지어 현직 실세 정치인이 학원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사교육은 이제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불평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배움이 가정의 경제력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는 희망을 잃는다. 교육은 출발선이 되어야지,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학교는 시험 준비의 장소가 아니라 인성과 창의력을 함께 기르는 배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선생님은 교재의 전달자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읽고 세상을 연결해 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돈이 없어도, 정보가 부족해도, 성실히 공부한 학생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사회. 그것이 바로 ‘공정한 대한민국’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번 수능만큼은 공교육 과정 내에서 100% 출제되어, 오직 학교 공부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수능은 ‘지식의 시험’이면서도 ‘사회 신뢰의 시험’이다. 시험이 끝난 후 웃을 수 있는 사회는, 점수보다 노력과 기회를 존중하는 나라에서만 가능하다.
우리의 교육은 경쟁보다 협력을, 암기보다 창의를, 성적보다 인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식의 양보다 마음의 깊이가 더 존중받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그런 교육의 변화가 수능 이후 세대에게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교육의 공정성이 바로 서야 사회의 정의도 바로 선다. 그 첫걸음이 내일의 수능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수험생 여러분,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믿고 긴장 대신 자신감으로 임하길 바란다.
아울러 교육부와 평가원, 각 지방 교육청은 시험 운영에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찰과 소방, 지자체, 학부모,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협조하여, 수험생들이 안전하고 평온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수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오늘의 땀방울이 내일의 희망으로 이어지고, 그 희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