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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호열] 천년의 도시, 세계를 품다

―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문 ―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28일
 
<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시인 >
 
2025년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단지 일대에서 ‘2025 APEC KOREA’가 열린다.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태평양의 협력과 번영을 논의하는 이 국제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다. 천년 신라의 숨결이 깃든 경주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대한민국이 과거의 문화유산 위에 미래의 비전을 세우는 역사적 장면이다.

경주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혼이 살아 숨 쉬는 도시다.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정상이 모인다는 것은, ‘문화와 경제,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나라’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5년 부산 APEC 이후 20년 만에 다시 개최되는 이번 회의는,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고히 할 결정적 기회다.

이번 경주 APEC의 주제는 ‘연결하고, 혁신하며, 함께 번영한다(Connect, Innovate, Prosper)’이다.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담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AI·그린기술 등 첨단 산업에서 이미 선도적 입지를 다져왔고, 이번 회의를 통해 그 기술력과 가치가 세계 시장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문화와 관광의 부흥 또한 주목된다. 경주는 천년고도로서 전통과 예술의 보고이자, K-컬처의 원류가 숨 쉬는 곳이다.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경주 국립박물관, 첨성대, 동궁과 월지, 월정교 등 도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부대행사는 한국문화의 품격을 세계에 각인시킬 것이다. 한복 패션쇼, 미디어파사드 쇼, 전통놀이 체험, 지역 특산물 마켓까지 ‘한국의 미(美)’를 체험하는 장은 세계인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의 또 다른 관심은 단연 미·중 정상 간 회담이다. 경제와 기술 패권을 둘러싸고 긴장해 온 두 나라는 경주라는 평화의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한반도 정세,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등 복합 위기를 둘러싼 논의 속에서 경주는 갈등이 아닌 ‘대화의 복원’을 상징하는 장소로 기록될 것이다. 만약 이곳에서 긴장의 실타래가 풀린다면, 그 시작은 바로 천년고도 경주의 회의장에서 비롯된 셈이다.

미국과 중국 두 거인이 마주하는 이 자리에서 세계 무역망과 기술 패권, 기후와 안보의 교차로가 열리고 한국은 그 한가운데서 ‘조정자’이자 ‘협력의 허브’로 서 있다.

한미 정상의 교감이 강한 외교적 신호로 울리고 북미 관계의 틈이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한 문이 경주에서, 한·미·북 정상들의 시선 속에 열릴 수도 있다.

정상들이 손을 맞잡고 만들어내는 협력의 구조가 단지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이어질 때 이 회의는 먼 미래까지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기회만큼 과제도 존재한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 속에 있다. 또한 APEC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력체이기에, 회의에서 논의된 합의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국내외 여론은 ‘행사로 끝난 국제이벤트’로 평가할 수도 있다. 이에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APEC을 통해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고, 문화와 기술, 평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한국형 협력 모델’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경주가 있다. 경주는 더 이상 과거의 도시가 아니라, 세계가 미래를 논의하는 열린 플랫폼이자 문명 교류의 중심으로 다시 서게 된다.

국내적으로도 이번 행사는 ‘국격’의 문제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품격 있는 참여가 곧 대한민국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교통 통제와 보안 강화로 불편이 따르더라도 세계의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으로서의 배려와 예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천년고도 경주가 세계에 보여줄 진정한 아름다움일 것이다.

이번 경주 APEC은 대한민국이 다음 10년, 20년의 외교와 경제, 문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환점이다. ‘역사 위에 미래를 세우는 나라’, ‘갈등 대신 협력을 선택하는 나라’, 그 이름이 대한민국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천년의 시간 위에서 다시 피어나는 새로운 세계의 대화, 그 출발점이 경주에서 시작된다. 2025년 가을, 세계가 경주를 바라보고, 경주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2025년 10월 28일

< 최호열 / 포천신문사 회장, 시인 >

김현영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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